◎원양어선 반란/긴급 공문 보내 철저 대비 지시/핫라인 개설·안전교육도 강화중국 연길(옌지) 기아기술훈련원장 피살사건(16일)과 스리랑카반군의 한국통신기술 사무실 폭탄피습(14일), 인도네시아 근해에 출어중인 한국원양어선 강탈사건(16일) 등이 잇따라 터지자 기업들이 해외임직원 신변보호책을 마련하느라 비상이 걸렸다. 해외사업이 많은 건설·무역업체 및 전자·자동차 등 제조업체들은 해외지사에 긴급공문을 보내 주의를 촉구하고 안전지침을 시달하는 등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기아자동차는 중국 연길 기술훈련원원장 박병현씨(54·이사대우) 피살사건과 관련, 유근남이사 등 임직원 3명으로 대책반을 구성, 유가족 3명과 함께 현지에 급파하는 등 16일밤부터 수습대책반을 가동하고 있다. 기아는 또 중국외에도 정정이 불안한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등지의 사업장에서도 이같은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현지에 임직원 신변보호에 만전을 기하도록 긴급지시했다.
다른 기업들도 잇따른 한국 해외사업장 및 주재원 피습사건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현대그룹은 계열사별로 현지비상연락망 재점검, 비상시 대처요령 교육 등 주의사항을 해외사무소에 전달토록 했다. 특히 해외사업장이 많은 현대건설은 안전환경관리부가 중심이 돼 해외현장 안전지침을 전달했다.
(주)대우는 17일 장영수 회장이 해외 30여개 사업장에 공문을 보내 불필요한 외출·외박을 자제하고 업무수행때는 인원 및 장비를 철저히 점검하라고 지시했다. 삼성물산도 각 해외지사에 최근 테러사건내용을 팩스로 보내 주의를 촉구하는 한편 주재원 발령자들의 교육과정인 「이문화 적응과정」에 신변안전부문을 강화키로 했다.
LG그룹은 계열사간 핫라인을 개설, 소속사에 관계없이 사고를 당하면 현지 법인·지사 등에 신속하게 지원하는 체제를 마련해놓고 있다. 쌍용 선경 등 다른 종합상사들도 장기해외출장자나 주재원에 대한 안전교육 강화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그룹들은 각 해외지사에 ▲현금을 많이 갖고 다니지 말 것 ▲현지인들과 불필요한 마찰을 빚지 말 것 ▲술과 여자를 찾아 으슥한 골목을 배회하는 일을 삼갈 것 등을 강조하고 특히 앞으로 해외지사에 인력을 파견할 때 현지의 문화 사회 등을 심도있게 교육하는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기업의 해외주재원이 납치·피습당하는 사례는 80년대말부터 국내 기업의 후발개도국 진출이 늘어나면서 분쟁지역, 치안취약지역을 중심으로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현지 범죄조직의 표적이 되는가 하면 중동 스리랑카 등에서는 반군이나 게릴라들의 습격대상이 되는 등 형태도 다양해지고 있다.
90년 8월 현대건설 근로자 3명이 쿠웨이트에서 이라크군에 억류됐다가 9일만에 석방됐으며 91∼94년에도 이라크 이란 필리핀 등에서 건설현장 근로자들이 반군이나 마약밀매단에 억류되는 사건이 발생했었다.
특히 94년 10월에는 (주)대우의 알제리힐튼호텔 부사장이 알제리에서 회교원리주의자들의 습격을 받아 숨지기도 했다. 지난해 모스크바에서 발생한 현대전자연수단 납치사건은 현지 범죄조직에 의한 사건의 한 예다.
공산체제가 유지되고 있고 경제수준도 크게 차이나는 중국 베트남 등 후발개도국의 경우 주재원들과 현지인들 사이의 불협화도 만만치 않은데다 북한인들과의 접촉 가능성이 커 「위험지대」가 되고 있다. 이번 중국 연길의 박씨 피습사건은 아직까지 정확한 사건경위가 밝혀지지 않고 있으나 기아측은 현지 조선족이나 중국인들과의 불협화에 따른 사고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연길 기아훈련원은 92년 기아자동차와 연변과학기술대가 산학협력의 일환으로 설립한 자동차정비 직업훈련원으로 그동안 연평균 60명의 훈련생을 훈련시켜 4년동안 2백25명의 훈련생을 배출했는데 훈련생 대부분이 조선족들이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조철환 기자>조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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