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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 69」(영화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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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 69」(영화평)

입력
1996.08.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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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방송」 신선 소재 불구 호기심 자극 그쳐해적방송을 소재로 한 「채널 69」는 「부활의 노래」 「두여자 이야기」에서 진지한 시대의식과 안정된 연출력을 보여줬던 이정국감독의 신작이다. 다양한 영화장르와 형식을 연출했던 이감독이 그전 작품들과는 다른 블랙코미디 작품을 선보였다.

전직 PD출신의 정보밀매업자 제하(신현준 분), 정규교육을 받지 못한 천재적인 컴퓨터 해커 석기(홍경인 분), 포르노배우 지망생인 미니(최선미 분)가 주요 인물이다. 이들은 불법 전파를 쏘는 해적방송국 「채널 69」를 만들고 일부 권력자의 타락한 이면을 폭로한다.

그릇된 권력의 힘과 구조에 의해 진실이 가려질 수 있는 방송매체의 한계성을 지적하기도 하며 결말에서는 비판받아 마땅한 권력자를 단죄한다. 멀티미디어 시대를 배경으로 사회 문제들을 무겁지 않은 풍자적 시각으로 다루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채널 69」는 신세대 관객의 호기심과 기호에 지나치게 초점을 맞춰 소재주의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 듯하다. 새로운 소재를 다룬다고 반드시 현대적 감각의 영화가 되는 것은 아니며, 상업적 성공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영화에서 새로움이란 내용과 형식에서 타당하고 독창적인 해석을 의미한다. 상업적 성공이라는 것도 치밀한 인과관계에서 만들어진 섬세한 캐릭터와 사건 속에 관객을 몰입시켜야만 가능한 것이다.

「채널 69」는 포르노그라피, 코미디, 액션, 멜로등 다양한 영화적 요소들이 전체적인 조화를 이루기보다는 에피소드와 소재를 중심으로 엮어져 긴장과 흐름이 단절되는 느낌을 준다. 캐릭터의 희화화도 절제력이 부족해 충분한 매력과 공감을 전하지 못하고, 예견된 해피 엔딩의 도식적 결말은 영화적 감동을 만들어내지 못해 아쉬움을 준다.

형식에서는 전통적인 이야기 전개방식에 충실하지 않았으나 이미지의 구성을 중심으로 한 대안적 방식을 보여준 것도 아니다. 새로운 소재를 발굴한 의욕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모호함이 완성도를 떨어뜨리고 있는 듯하다.<편장완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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