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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76단 「관객모독」(연극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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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76단 「관객모독」(연극 리뷰)

입력
1996.08.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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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설·객석 향한 물세례 아수라장/신파연기속 극중극 역설 읽어야상스러운 욕설이 무자비하다. 어두운 객석에서 무대를 바라보는 데만 익숙해 있던 관객들에겐 배우들의 상소리가 당혹스럽다. 급기야 분무기로 뿌려지는 물세례에 이리저리 휩쓸리고 아예 대야로 쏟아부을 땐 거의 아수라장이다. 피하기 급급한 관객들이 대부분이지만 함께 물을 뿌려대고 신발을 벗어던지기도 한다. 파워극장 2관에서 행해지고 있는 「관객모독」 풍경이다.

극단 76단이 페터 한트케작 「관객모독」(기국서 연출)을 초연한 것은 79년. 당시 이러한 파괴적 형식에 대한 관객들의 반응은 지금보다 훨씬 컸다. 기존 연극을 정면으로 비판한 이 작품은 89년까지 수차례 재공연되면서 흥행작으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상황은 바뀌었다. 이런 형식이 관심거리가 되기에는 최근의 연극들이 너무 노골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작품이 갖고 있는 의미가 차분히 전달되고 있다.

『우리는 극적인 상황을 묘사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가상적 인물을 그리는 것도 아닙니다』, 『어떤 행동도 의도된 것이 아닙니다』

무대와 객석 사이 제4의 벽을 허물고 관객들에게 말을 거는 배우 4명은 끊임없이 부정한다. 그렇게 극장과 언어의 허구성을 비판한다. 그리고 관객들에게 함께 동참해 생생한 연극을 만들 것을 요구한다.

놀이와 웃음을 기대했던 관객들은 극중극의 통속적 신파연기에 빠져들어 마음껏 즐기고 돌아갈 수도 있다. 그러나 좀 더 예리한 관객이라면, 삼각관계를 그린 뻔한 행동에 전혀 상관없는 내용의 대사(연극의 현장성에 대한)를 얹는 극중극의 역설적 의미를 파악할 수 있다. 9월29일까지 하오 4시30분 7시30분 월휴관. 747―9998<김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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