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발행부수가 제일 많은 빌트 차이퉁이 옐친 러시아대통령 심장이식 수술설을 보도해 국제외교계에 소동이 빚어지고 있다. 크렘린궁은 즉각 이를 부인했지만, 1차 조각을 마무리한 옐친이 19일부터 다시 장기휴양에 들어갈 예정이어서 소문이 꼬리를 물고 있다. ◆올해 65세. 정치인으로서 연부역강한 나이다. 재선에 성공해 한창 경륜을 펴볼 수 있게 된 때, 몸이 말을 안 들어 병석에 누워 쉬고 있어야 한다는 것은 옐친 개인에게나 러시아국민에게나 안타까운 일이다. 그것은 국제외교계의 지대한 관심사이기도 하다.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러시아 신생민주체제로부터 불안의 눈길을 거둘 수 없기 때문이다. ◆옐친은 작년부터 중요한 고비마다 건강악화설과 함께 정치무대에서 사라지기를 반복해왔다. 지난해 7월과 10월 각각 약 한달간의 장기 입원으로 크렘린에 권력공백 상태를 만든 그는 올해도 결선투표 직전에 쓰러져 모스크바를 떠났었다. 당선후 축하사절로 찾아온 고어 미 부통령을 접견할 때도 약속을 갑자기 연기하는 해프닝이 있었다. ◆지난 9일의 취임식도 그랬다. 처음에는 크렘린궁 밖에서 2시간동안의 성대한 행사가 예정돼 있었다. 그것이 취임 당일 실내에서 20분에 마치는 것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이번 빌트 차이퉁의 보도와 함께 옐친의 장기휴양계획이 발표된 것이다. 이제까지 알려진 그의 병명은 협심증이지만, 수술을 받지 않으면 위험하다는 것이 모스크바 시중의 소문이다. ◆역사학자들에 의해 「개명적 전제체제」로 표현될 만큼 막강한 대통령 자리가 후계체제 정립없이 자주 공석이 되는 것은 불안하다. 「대통령의사 전달」을 핑계삼는 측근의 발호와 부패가 권력투쟁의 틈새를 비집고 만연될 것이 뻔하다. 옐친의 건강불안이 민주대국 러시아의 앞길을 막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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