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작곡가 강연엔 긍지7월28일∼8월14일 독일 다름슈타트에서 열린 현대음악제(7월18일자 31면 기사참조)에 참가했다. 지난 50년간 20세기 현대음악의 실험장이 되어온 다름슈타트 현대음악제는 종일 학습과 연주, 토론의 연속이다. 아침 일찍부터 시작되는 세계적 작곡가 슈톡하우젠, 슈팔링어, 클라우스 후버, 박영희, 롬바르디, 호소가와 도시오, 퍼니휴의 연이은 세미나는 대여섯 시간에 걸친 열띤 토론과 강의로 채워졌다. 하오 5시부터 자정까지 계속되는 음악회에 참가하기 위해 시내 이곳 저곳으로 이동하기가 바빴다.
세계적인 아르디티 현악4중주단의 수석주자인 어빈 아르디티를 92, 94년에 이어 세번째로 만났다. 그를 통해 그동안 쌓였던 궁금증을 해소했고 현대음악 전반에 걸친 연주법을 심도있게 전수받았다.
필자에게 비친 아르디티는 21세기 음악을 찾아 나선, 고독하지만 숭고한 순례자의 모습이었다. 단순한 유명세를 넘어 그는 한 예술가로서 끊임없는 연습을 통한 완벽한 연주로 그 험난한 순례의 길을 말없이 제시했다.
다름슈타트 초청 작곡가의 강좌는 독어와 영어로 진행됐다. 그들의 작품 전반에 관한 설명 속에 음악은 물론 철학 미학 언어학이 심도있게 다뤄졌다. 특히 독일서 활동중인 한국출신 작곡가 박영희 교수의 강연과 작품은 현대음악계의 큰 몫을 차지하고 있어 한국인으로서 자긍심을 더욱 느끼게 했다.
94년에 이어 올해 두번째로 초청된 필자는 이번 음악제의 총결산이라고 할 수 있는 스튜디오 콘서트에서 한국작곡가 이혜성의 「마파」와 베리오의 「시켄차 8」을 연주해 호평을 받았다.
다름슈타트 음악제에서 모은 책과 악보로 처음 이 곳에 도착했을 때보다 가방은 몇 배 무거워졌다. 그러나 젊은 작곡가와 연주가들이 확실한 가치관과 현대음악에 대한 사명감을 갖고 2년 후 다시 모일 것이라는 기대에 마음은 가뿐했다.
외국어실력을 닦아 98년 다름슈타트 현대음악제에는 더 적극 동참하리라 다짐하면서 새벽의 다름슈타트를 떠났다.<이예찬 바이올리니스트>이예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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