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 반입 차단,단전·단수 고려/탈진·허기 학생 일부 자진 「투항」연세대 이과대 건물(과학관)과 종합관 건물에 남아 있는 한총련 소속 학생들을 검거하기 위해 18일 경찰이 이틀째 완전봉쇄 작전을 펴고 있으나 학생들은 여전히 경찰에 맞서고 있다. 경찰이 두 건물을 고립시키는 이유는 학생들이 제발로 걸어나오도록 하기 위한 일종의 「고사작전」. 경찰이 종전처럼 「농성장 진입―해산 및 연행」의 수순을 밟지 않고 시간을 끌며 고사작전을 펴게 된데는 지하 2층 지상 6층짜리 과학관에 산소·수소 탱크와 아세틸렌 등 각종 위험 화학물질이 무방비로 노출된데다, 건물이 가파른 곳에 위치해 대규모 병력이 접근할 경우 인명피해가 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경찰은 이에 따라 17일부터 이틀째 3천4백여명의 병력을 동원, 지속적인 접근전을 통해 다량의 화약탄을 발사, 학생들을 지치게 하는 한편 식량 및 의약품 보급을 차단했다. 또 단전·단수조치를 위해 한전과 서울시상수도사업본부와 협의를 하고 있다.
학생들은 경찰의 고사작전에 아랑곳하지 않고 과학관 건물 전체를 마치 요새처럼 요소요소에 중무장을 해놓고 있다. 각층 계단에 각종 바리케이드를 쌓아두고 층계마다 기름통 3∼4개씩을 비치해 놓는 등 「강경대응」의사를 고수하고 있다. 옥상에는 「사수대」 1백여명이 화염병과 돌멩이를 대량으로 갖다놓고 경찰이 진입할 경우 위에서부터 퍼부을 태세다. 또 건물안에서는 사수대 2백여명이 모여 구호선창에 따라 쇠파이프를 들어올렸다 내리는 등 훈련을 계속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경찰의 단전 단수조치에 대비, 비상용초와 비상식수를 준비하고 있으며 체력을 소모하지 않도록 잠을 자는 등 휴식을 취했다.
한총련측은 대치상태가 계속되자 학생들의 사기가 줄어들 것을 우려, 확성기를 통해 「반미출정가」 등 선동가를 틀어 놓은 채 학생들을 독려했다. 한총련측은 『경찰의 고사작전에 최소 1주일은 버틸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생들은 연일 계속된 시위와 대치로 기진맥진한 상태다. 18일 밤 농성학생 5명이 허기와 탈진 때문에 경찰에 자진투항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날 밤부터 새벽사이에 학생 9명이 건강상태가 안좋아 신촌세브란스병원과 강북삼성병원으로 옮겨졌다.
한편 안병영 교육부장관은 이날 연세대를 방문, 『이번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학생들이 농성을 풀도록 설득해달라』고 요청한 뒤 이과대 건물을 방문해 학생들을 설득하려 했으나 학생들의 거부로 무산됐다. 또 이와 별도로 연세대와 국민대 조선대 등 3개대학 학생처장들이 『학생들이 농성을 풀면 정부측에 관용을 요청하겠다』고 자진해산을 호소했으나 학생들은 안전한 귀가 보장 등 종전입장을 고수했다.<김관명·이동훈 기자>김관명·이동훈>
◎한총련 압수품서 이적출판물 발견
경찰청은 18일 한총련 본부 및 지역총련 사무실에서 압수한 책 유인물 등을 분석한 결과 한총련의 친북활동 및 이적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한총련은 법원이 이적도서로 이미 판결한 「주체사상연구」 등을 핵심간부들의 투쟁자료로 활용해 왔으며 북한이 93년 4월 최고인민회의 제9기 5차 회의에서 채택한 것으로 알려진 「조국통일을 위한 전민족대단결 10대 강령」을 베껴 쓴 대자보 등을 보관해 왔다. 경찰은 이번 압수수색에서 「나는 수령님께 무한히 충직한 수령님의 전사이다」라는 문구가 적힌 맹세문을 발견했다.
경찰은 17일 하오와 18일 새벽 한총련 본부 사무실이 있는 고려대 학생회관을 비롯, 지역총련 사무실이 있는 전국 8개 대학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 이적도서 7백86종 3천8백98점, 불온유인물 6백63종 2만1천35점, 컴퓨터 4대 디스켓 5백14점, 화염병 7백27점, 쇠파이프 90점, 시너 1백90ℓ 등 1.5톤트럭 9대 분량을 수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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