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광이 「한국의 빌 게이츠」로/아이디어 떠오르면 꿈속에서도 메모/“종합SW기업 도약” 내년엔 세계 진출「겁없는 젊은이」 「한국의 빌 게이츠」로 통하는 한글과 컴퓨터(이하 한컴) 이찬진 사장(31)은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메모지부터 잡는다. 밤새 꿈속에서 얻은 아이디어를 메모하기 위해서다. 그의 저서 「소프트웨어의 세계로 오라」에서 이렇게 적고 있다. 『한 번은 문득 그럴 듯한 생각이 떠올라 메모를 했는데 깨어보니 꿈속이었다. 그래서 괜찮은 아이디어를 잊어버리기 전에 다시 메모를 했는데 역시 꿈속에서 한 일이었다. …드디어 네번째 메모에서 그 생각을 정리했다』
이사장은 이처럼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 못하고 메모를 해댈 정도로 유별난 메모광이다. 메모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새로운 아이디어가 많다는 얘기와 통한다. 이사장의 방에는 여기저기 덕지덕지 붙어 있는 각종 메모지가 홍수를 이룬다. 또 신문지 서류봉투 쇼핑백 냅킨 화장지 등에도 각종 메모 투성이일 정도다. 이사장은 또 승용차가 없다. 차를 운전하면 목적지까지 얼마간 시간은 단축시킬지 모르나 운전외에 다른 아이디어를 생각하거나 메모를 할 수 없어 운전대를 잡을 생각은 아예 버렸다는 것이다.
창업 6년만에 국내 최고의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일궈낸 이사장의 성공비결은 바로 이 메모습관 덕분이었다. 사업방향이나 사업전략도 이 메모지에 담겨 있다. 그의 메모에는 인터넷 PC통신등 컴퓨터를 보다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쉬운 컴퓨터」에 관한 아이디어가 꽉 차 있다.
「벤처기업의 생명은 아이디어」라는 이사장의 평소 생각은 회사운영에도 반영되고 있다. 전체 직원 250명의 평균 나이 26.5세. 임원급도 결코 30대 중반을 넘어가지 않는다. 젊을수록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많기 때문이다. 또 복장과 근무형태도 자유롭다. 컴퓨터를 통해 출근시간과 퇴근시간, 일하는 시간이 기록된다. 남들이 한창 일할 시간이지만 컴퓨터에 휴식이라고만 기재하면 사우나를 갈 수도 있다. 결재도 거의 없다. 컴퓨터를 들여다 보면 직원들이 하고 있는 일의 상황과 진척도가 한눈에 파악되기 때문이다. 그의 자유분방함은 인기탤런트 김희애씨(29)를 반려자로 선택하는데 주저하지 않은 점에서도 잘 드러난다. 이사장의 사업방향이자 경영전략은 간단하다. 컴퓨터를 누구나 쓸 수 있게 하는 소프트웨어 개발이다. 초보자들조차도 TV를 켜고 끄는 것처럼 컴퓨터에 대한 두려움없이 활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는 「좀더 편리한 한글소프트웨어를 개발하기 위해서」라는 「한글」개발및 한컴을 창업한 동기와도 일치한다.
이사장은 올들어 이같은 「쉬운 컴퓨터 프로젝트」를 구체화시켜 미래 사업방향을 담은 「솔루션웨어」개념을 내놓았다. 하나의 소프트웨어로 PC통신 인터넷접속 문서작성 등 여러가지 프로그램 수행을 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 솔루션웨어다.
한컴은 지난해 「워드프로세서에서 멀티미디어까지」 세계적인 종합소프트웨어 기업으로 도약을 선언했다. 연간 300억원대에 머무는 워드프로세서시장에 결코 만족하지 않고 기업과 가정을 무대로 한 사무용소프트웨어인「오피스웨어」, 가정용소프트웨어인 「홈웨어」, 네트워크 PC통신 인터넷 멀티미디어로 시장을 확대, 21세기 승부를 걸겠다는 것이다.
한컴은 「한글 96」을 계기로 내년 세계시장 진출을 본격화할 방침이다. 일단 제품군을 인터넷 중심으로 구성할 방침이며 또 올해 말까지 「한글96」을 영어는 물론 한국어 일어 중국어 등 3개국어로 동시지원되는 「인터내셔널판」을 내놓을 계획이다. 올 9월에는 주식 장외등록을 하고 98년에는 상장시킨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창업 첫해인 90년 5,000만원의 매출을 올린뒤 지난해 180억원의 매출로 360배나 성장한 한컴은 2000년까지 1,000억원 규모의 매출을 달성, 세계적인 소프트업체로 자리를 굳힐 계획이다.<이진동 기자>이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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