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소음이 인명까지 해친다/독 “연 2,000명 사망”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소음이 인명까지 해친다/독 “연 2,000명 사망”

입력
1996.08.19 00:00
0 0

◎“심근경색 유발” 보고서/방음터널 등 대책 박차『매년 2,000명 이상의 독일인이 소음으로 죽어 가고 있다』

독일에서는 최근 시사주간 슈피겔의 보도로 이같은 내용을 담은 연방환경부 연구보고서가 공개됨으로써 소음이 사망으로까지 연결되는 심각한 환경문제로 재인식되고 있다. 대도시에서는 「소음촌」이란 말까지 생겨났다.

보고서 내용은 정신이 번쩍 들만큼 놀라운 것이다. 『소음은 흡연에 이어 심근경색을 유발하는 2번째 주요인이다. 지속적으로 강한 소음에 접하면 스트레스반응이 유발돼 근육이 긴장되고 심장박동이 빨라지며 혈액내 지방치와 혈당치가 달라진다. 아드레날린이 갑자기 분비되면서 위궤양이나 위경색이 오게 된다. 65㏈ 이상의 소음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심근경색 발생 가능성이 눈에 띄게(20%정도) 높아지고 신체는 위험에 처했을 때와 같은 반응을 보이게 된다』

이러한 연구결과는 영국에서도 최근 입증된 바 있다. 영국 과학자들이 2,500명을 대상으로 10년 이상 관찰한 결과, 소음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경우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게 나타났다. 특히 창문이 길 쪽으로 나 있고 자주 열어두는 동네에 사는 이들이 심근경색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았다. 대도시 주민의 예상수명을 도시계획도만 봐도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다.

뮌헨시 환경전문가 요아힘 로렌츠는 대도시의 경우 『소음은 이미 환경문제 1호가 된 지 오래』라고 지적한다. 본의 지방환경장관 안겔라 메르켈도 소음으로부터 인간을 보호하는 것이 『환경관련 입법에서 가장 중요한 분야의 하나』라고 강조한다.

사실 정치가와 환경단체들이 소음을 중요한 환경문제로 재인식하게 된 것은 매우 늦었지만 다행스런 일이다. 최근 들어 소음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이 하나둘 제시되고 있다.

뮌헨시의 경우 자동차회사와 지방정부측이 시내 순환도로에서 발생하는 엄청난 소음을 줄이기 위해 터널 3개를 건설하기로 했다. 현재 이 안은 녹색당쪽이 터널을 건설하면 결국 교통량이 더 많이 유발돼 실효가 없을 것이라는 이유로 반대, 실행에 옮겨지지 않고 있으나 소음의 심각성을 깨닫게 된 결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독일 뉘른베르크시의 한 호텔은 주변의 소음에 시달리는 투숙객들을 위해 최근 희안한 장치를 개발했다. 방향탐지 마이크로폰으로 거리의 소음을 감지한 뒤 여기에 다른 소리들을 섞어 호텔방으로 전달하는 장치다. 그 자체로는 둘 다 듣기 괴로운 소음이지만 한데 합치면 감미로운 음악처럼 변하는 것이다. 이 장치는 도로소음이 줄어들면 인공음을 첨가하지 않는 등 여건에 따라 변화한다.

독일 연방환경법은 소음 방지를 벌써부터 의무화하고 있지만 아직 이를 실천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는 거의 없다. 그러나 소음에 대처하는 진지한 자세는 우리에게 타산지석이 될 것이다.<이광일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