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을 통해 하나로 융합 가능”/인도 고전에 대한 독특한 해석/겸손하게 「남」과 화합 화쟁론 역설과부 요석공주와의 사랑, 당나라 유학 길에 해골물을 마시고 돌아왔다는 일화, 이독를 창제한 설총의 아버지 등으로 잘 알려진 신라 명승 원효(607∼686년)는 동양 철학계에 화쟁론이라는 위대한 표석을 우뚝 세운 불세출의 사상가이다.
당시 동양의 사상계는 본체론적인 중관학파와 현상론적인 유식학파로 나뉘어져 있었다. 이같은 사상적 분립에 직면해 원효는 나만 옳고 남은 그르다는 단순론의 횡행을 비판하면서 쟁론의 화합을 시도했다. 이같은 작업의 요체가 화쟁론이었고 이 이론이 여실히 녹아 숨쉬는 저서가 「대승기신론소」였다.
이 책은 2세기 인도의 고승 마명대사가 지은 대승불교의 고전 「대승기신론」에 대한 주석서이다. 원효는 이 책에서 당시까지의 「대승기신론」에 대한 해설서와는 다른 독특한 해석으로 그만의 철학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돋보이는 부분이 권두시에 대한 해제이다.
원효는 삼보(불 법 승)를 찬양하는 「대승기신론」의 권두시를 두고 『삼보에 귀의한다는 것은 외부의 객관적인 대상에 대한 숭배가 아니라 우리 안에 있는 하나의 마음 속으로 귀일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역설한다. 그는 계속해서 『우리 속에 존재하는 하나의 마음, 즉 일심 이외에 다시 무슨 실재가 있는 것이 아니다. 다만 어리석어서 일심을 모르고 방황하는 까닭에 고요해야 할 바다에 파랑이 일고 기복이 생기며 갖가지 평화롭지 못한 인간의 한계상황이 생겨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일심은 무엇인가. 원효는 이 책에서 일심을 『우리 마음의 자세, 즉 무궁무진한 여래의 마음을 우리의 마음이 생각하고 지향하는 바』라고 설명한다. 다시 말해 부처님의 고귀한 사상에 대한 인간의 깨달음이 모든 경론과 교설을 우선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이로부터 원효는 중관학파든 유식학파든 모든 사상의 근저에는 깨달음이 존재하고 이같은 깨달음을 통해 하나로 융합될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나아가 깨달음 앞에 「나」라는 존재는 있을 수 없으니 더 이상 「나」를 앞세우지 말고 겸손을 통해 「남」과 화합하라는 화쟁론을 역설한다.
깨달음을 통한 화합의 사상은 해골물을 마신 경험에서 얻어진 「경론의 헛됨에 대한 자각」에서 연유함은 다시 강조할 필요가 없다.
그의 사상은 우리나라에서 교선일치 선교일화 사상으로 이어지며 중국의 화엄철학으로 연결돼 동양에서 불교를 논할 때면 반드시 그를 인용해야 할 정도의 중요한 위치에 오르게 된다.<이은호 기자>이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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