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밀묘사 메조틴트의 달인/「류블랴나」 등 각종 국제대회 상위 입상… 해외 주문 쇄도93년 6월 슬로베니아의 수도 류블랴나시에서 열린 제20회 류블랴나국제판화비엔날레는 판화가 김승연씨(41·홍익대 교수)는 물론 한국판화사에 밝은 미래를 열어주었다. 세계 56개국 360여명의 쟁쟁한 작가가 참가한 이 판화제전에서 젊은 판화가 김씨는 미국의 거장 프랭크 스텔라에 이어 차석상인 특별상을 받았다.
류블랴나비엔날레는 최고 권위의 「판화올림픽」으로 후안 미로, 안토니 타피에스, 로버트 로젠버그, A R 펭크 등도 여기서 대상을 수상, 세계적 대가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다. 93년에도 영국의 데이비드 호크니, 독일의 귄터 우에커 등 국제화단에 널리 알려진 작가들이 치열한 경합을 벌였다.
김씨는 올해에도 3년마다 열리는 일본의 고치(고지)국제트리엔날레 4등상, 독일 프레헨국제판화트리엔날레 우수상을 차지했다. 특히 25일 개막하는 프레헨트리엔날레는 그를 포함한 5명의 우수상수상자 중에서 대상수상자를 결정하는데 그는 현재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활발한 활동과 국제미술제에서의 잇단 수상으로 그는 세계화단에서 유망한 작가로 평가받고 있다. 미국의 판화서적 「메조틴트」와 일본서적 「판화예술」에 이름과 작품이 올라있다. 또 10년 가까이 동판화기법 중의 하나인 메조틴트로 제작해온 「야경」 연작은 각국 판화컬렉터의 기본 소장품이 될 정도로 사랑을 받고 있다.
류블랴나비엔날레조직위가 95년 6월 국제판화센터에서 93년 수상작가들을 위해 마련한 초대전을 계기로 영국 이탈리아 폴란드 등의 미술관에서 그의 작품을 매입했고 지금도 일본 미국 등에서 한달에 3∼4건씩 구입의뢰서가 들어온다.
홍익대 서양화과와 동대학원을 나온 그는 뉴욕주립대 대학원에서 판화가로 변신했다. 동판화기법 중에서도 가장 세밀하고 까다로운 작업과정을 거치는 메조틴트를 택했다. 이 기법은 주걱형태의 둥근 날에 미세한 톱니가 새겨진 로커라는 도구로 동판 위에 수십억개의 망점을 만들고 그 표면을 스크레이퍼로 깎아 섬세한 형상과 명암의 변화를 연출해낸다.
그가 판화가로 방향을 바꾸게 된 것은 당시의 판화붐 영향도 있었지만 인내력과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하는 동판화가 감성과 체질에 맞았기 때문이다. 대학입학 직전까지도 난치병인 전신결핵으로 10년 넘게 투병하는 동안 고통을 잊기 위해 사물을 모사해내곤 했던 그는 세밀한 데생과 묘사만큼은 누구보다 자신있었다. 어두운 밤에 반짝이는 불빛의 다양한 밝기 뿐 아니라 새벽녘에 움직이는 거리미화원의 모습까지도 훌륭히 재현한 그의 야경작품은 남모르게 겪었던 고통과 이를 이겨내려 했던 의지와 희망을 담고 있다. 97년 박여숙화랑에서의 개인전을 준비중인 그는 『작품제작 기간이 평균 1개월이 걸릴 정도로 치밀하다 보니 내면심리까지도 표현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최진환 기자>최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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