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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부인 엘리자베스 명연설 갈채(불붙은 미 대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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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부인 엘리자베스 명연설 갈채(불붙은 미 대선전)

입력
1996.08.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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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권 3수 길 “빛난 내조”/뛰어난 말솜씨로 남편 직접 소개 청중 사로잡아/“지도력 갖춘 돌 뽑아 보다 나은 미국을” 호소미 공화당 전당대회 사흘째인 14일 밤은 미국의 차기 퍼스트레이디 후보인 엘리자베스 돌 여사(60)의 화려한 연설솜씨가 진가를 발휘한 순간이었다.

타고난 말솜씨와 깔끔한 매너에 탄복했던 린든 존슨 전 대통령으로부터 「설탕 입술」이라는 별명을 얻었던 엘리자베스는 이날 평소의 명성에 손색없는 감동적인 연설로 청취자들을 사로잡았다. 생애 마지막이 될 남편의 백악관행을 돕기위해 전당대회장에 등장한 엘리자베스는 활기차고 자신감이 넘쳐 흘러 보였다. 대통령후보의 부인이 전당대회장에서 남편을 직접 소개하기는 엘리노어 루스벨트 여사 이래 이번이 처음으로 알려졌다.

하버드법대 박사인 엘리자베스는 두번씩이나 각료직(노동·교통장관)을 역임한 최초의 미국여성. 한때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의 부통령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던 여걸이지만 남편의 선거운동을 위해 이번을 포함해 4차례나 휴직했다.

무선 마이크를 손에 든 엘리자베스는 연설을 시작하자마자 마치 토크쇼 진행자처럼 대의원석으로 내려와 이곳 저곳으로 옮겨 다니면서 남편의 숨겨진 일화를 하나씩 소개해나갔다. 남편의 강인한 성품과 출중한 지도력을 부각시키기 위해 수집한 이야기들이었다. 원고의 도움없이 계속된 연설시간은 약 20분. 돌후보 진영에 따르면 남편의 지명이 확실시된 3월말부터 원고작성에 들어가 최근 원고를 완전히 암기했다고 한다. 캔자스주의 조그만 시골동네에서 태어나 성장한 뒤 2차대전에 출전해 중상을 입고 3년동안 병상에서 사경을 헤매던 남편을 이야기할 때 당시 돌 후보를 치료했던 간호원 패트 리치를 좌석에서 일으켜 세워 소개하기도 했다.

엘리자베스는 그들 부부가 3주전 1주일 간격으로 생일을 맞았을때 남편의 제안으로 생일파티 대신 워싱턴DC의 불우 노인들을 찾았던 일화를 들려주며 그가 남에게 알리지 않고 음덕을 쌓아온 사람이라고 전했다. 엘리자베스가 그린 돌은 이처럼 「강인하고 정직하고 인정많고 지도력을 지닌 사람」이다.

엘리자베스와 돌은 72년 돌이 공화당 전국위의장을 역임하고 있을때 처음 알게된 뒤 75년 결혼했다. 당시 36세의 미혼처녀였던 그녀는 워싱턴에서 최고의 신부감으로 꼽히고 있었고 49세였던 돌은 갓 이혼한 상태였다. 노스캐롤라이나주 셀리스베리에 있는 엘리자베스의 집에 놀러갔던 돌은 어느날 아침 부상으로 절단된 오른팔 어깨쪽을 수건으로 감싼채 엘리자베스의 어머니인 메리 헨포드 여사가 있는 거실로 내려왔다. 헨포드여사는 미안한 표정을 짓고있는 돌에게 『그건 (자네가 얻은)영예의 배지』라고 말하며 위로했다.

엘리자베스는 『미국인들도 11월 돌후보를 찍어 영예의 배지를 얻자』며 『보다 나은 미국을 위한 보다 나은 인물』을 소리높여 외쳤다. 이에 당원들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돌―켐프」를 연호하며 환호했고 대회장의 밴드는 영화 「마이 걸」의 주제곡을 흥겹게 연주했다. 돌 후보는 잭 켐프 부통령후보 부부와 함께 샌디에이고의 한 호텔방에서 TV를 통해 이 광경을 지겨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샌디에이고(미 캘리포니아주)="이상석" 특파원>

◎돌 오늘 후보 수락 연설/클린턴과 지지 격차 좁혀

【샌디에이고=이상석 특파원】 미 공화당은 전당대회 사흘째인 14일(현지시간) 샌디에이고 컨벤션센터에서 11월5일 실시될 대통령 선거에 나설 공화당 대통령후보에 밥 돌 전상원 원내총무를, 부통령후보에 잭 켐프 전 주택장관을 공식 지명했다.

돌 후보는 이날 1,990명의 대의원 가운데 만장일치에 가까운 압도적인 지지를 얻어 세번째 대권도전에 나서게 됐다. 돌 후보와 켐프 후보는 전당대회 마지막 날인 15일(현지시간) 지명 수락연설을 한다.

한편 돌 후보는 잭 켐프 전 주택장관을 러닝메이트로 받아들인 뒤 민주당 후보인 빌 클린턴 대통령과의 지지율 격차를 크게 좁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화 전당대회 특징/TV 시청자 의식 치밀한 정치쇼/1인 연설 4∼5분내 제한 방송국 비판 틈안줘/단합지장 우려 비판적 인사 아예 명단서 제외

미 공화당의 샌디에이고 전당대회는 철저하게 연출된 TV쇼였다. 전당대회가 52년 처음으로 TV화면을 타기 시작한 이후 세밀하고 조직적으로 연출된 대회는 이번이 처음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모든 대회일정은 TV시청자를 의식하고 짜여졌다. 출연자들의 연설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스톱워치로 잰듯이 4∼5분단위로 제한됐다. 전문가들을 동원한 TV방송국들이 연설내용에 비판적인 분석을 가할 여유를 주지않기 위해 주요 출연자들의 연설을 끊임없이 숨막히게 이어나갔다.

밥 돌을 중심으로 단합된 공화당의 모습만을 부각시키기 위해 연설내용도 한목소리로 통일시켰다. 제럴드 포드, 조지 부시 등 전직대통령과 콜린 파월 전 합참의장의 연설내용까지도 「사전검열」을 거쳤으며 거북한 내용에는 수정을 가했다.

92년 전당대회때 소위 「문화전쟁」을 선언, 대회를 망쳤다는 비난을 받은 극우파의 대변인 패트 뷰캐넌은 일찌감치 연설자 명단에서 빠졌다. 당 강령에 낙태반대를 명시한 문구를 삽입한데 대해 불만을 표시했던 피트 윌슨 캘리포니아 주지사도 연설하지 못했다. 국민들로부터 인기가 저조한 뉴트 깅그리치 하원의장의 연설은 황금시간대로부터 비켜난 시간에 배정됐다.

일부 방송국들은 그러나 가끔씩 현장중계를 중단하고 해설이나 광고를 내보냈다. CBS방송은 13일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비디오방영을 생략해 공화당측으로부터 불평을 사기도 했다. 일부 언론인들은 「사상 최초의 인포머셜 전당대회」로 불리는 이번 행사의 진행방식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특정 정당의 선전행사에 불과한 전당대회를 여과없이 생중계하면 시청자들에게 올바른 가치판단의 기준을 제시할 수 없게 된다는 주장이다. ABC방송 「나이트라인」진행자인 테드 카플은 14일 밤 취재중단을 선언하고 샌디에이고를 떠났다.<샌디에이고(미 캘리포니아주)="이상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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