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부터 미 서남부의 휴양도시 샌디에이고에서 열리고 있는 미 공화당 전당대회는 「대형 텐트(Big Tent)」라는 일관된 주제에 따라 연출되는 화려한 TV쇼다.「대형 텐트」는 인종에 관계없이 누구나 공화당이라는 큰 차양속에 들어오기만하면 동등한 기회를 누릴 수 있도록 보장한다는 그들의 선거공약을 함축하는 표현이다.
전당대회의 연단에 등장한 유명연사들은 한결같이 공화당이 「포용의 정당」임을 역설했다. 자메이카 출신 흑인 이민가정의 2세인 콜린 파월 전 미합참의장을 제럴드 포드, 조지 부시 등 전직 대통령과 같은 반열에 올려 개막 첫날저녁의 황금시간대에 연설기회를 준 배경에도 소수계에 대한 공화당의 배려를 과시하기 위한 의도가 깔려있다.
그러나 이번 전당대회에서 보인 공화당의 실제 행동은 「포용의 정당」을 추구한다는 그들의 다짐과는 엄청난 괴리를 보이고 있다.
파월 장군이 연단에서 내려온 뒤 수시간안에 통과된 공화당의 강령속에는 헌법개정을 통한 속지주의의 종식을 추구한다는 조항이 명기돼 있다. 이는 미국땅에서 태어난 어린이일지라도 부모가 합법 체류자가 아닌 경우는 자동적으로 미국시민권을 부여하지 않는다는 배타적인 내용으로 공화당이 내건 포용의 정치와는 거리가 멀다.
잭 켐프 부통령후보도 14일 LA타임스와의 회견에서 불법이민자에 대한 공립학교 교육기회 거부를 규정한 캘리포니아 주민발의 187호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켐프가 그동안 일관되게 밝혀온 187호에 대한 반대입장에서 크게 후퇴한 것이다.
한국 교포를 비롯한 미국내 소수민족들은 「대형 텐트」에로의 초대장을 보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문단속을 강화하는 공화당의 서로 다른 두 얼굴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금치 못하고 있다.<샌디에이고(미 캘리포니아주)>샌디에이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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