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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으로부터의 자유(장명수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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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으로부터의 자유(장명수 칼럼)

입력
1996.08.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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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가 절정에 이르면서 여자들의 노출 패션도 절정에 이르고 있다. 허리를 드러낸 배꼽 티, 어깨를 드러낸 탑, 더이상 올라갈 수 없는 길이에서 자른 스커트와 반바지가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 최소한의 섬유 몇장과 끈 몇개로 몸을 가린 아슬아슬한 차림이다.소재도 속이 비치는 얇은 옷감이 유행이어서 노출이 심하지 않더라도 아슬아슬하기는 마찬가지다. 투명소재로 만든 브래지어가 올해 히트상품중의 하나인데, 착용감이 좋고 섹시하다는 이유로 인기가 높다. 그 브래지어를 얇은 여름옷속에 입으면 가슴 모양이 그대로 드러 난다.

지하철 극장 대학가 등 젊은이들이 많은 곳에 가면 「몸으로부터의 자유」라는 슬로건이 휘날리는 것처럼 느껴진다. 브래지어를 하든 안하든 무슨 상관이냐. 모두가 애기때 엄마 젖을 먹고 자랐는데, 여자의 가슴이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는 사람 있느냐, 다 아는 가슴을 왜 두꺼운 브래지어로 가려야 하느냐는 태도가 역력하다. 가슴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도 자연스런 여자의 모습으로 받아들이라는 압력을 느낀다.

중년부인들까지 초미니 스커트와 반바지 차림으로 외출하고 있다. 젊은 여자들의 노출에 어느덧 익숙해져서 모두가 몸을 드러내는 것에 용감해지고 있다. 자세도 엉망이다.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다리를 벌리고 앉아있는 여자들의 팬티가 보이고, 헐렁한 옷깃사이로 가슴이 보이는 것 정도는 흔한 일이다.

보는 사람들도 무감각해지고 있다. 옛날에 여자가 그런 자세로 있으면 다른 여자들이 자세를 고치라고 귀띔해 주었는데, 요즘에는 못마땅한 눈으로 한번 쏘아보고 나면 그만이다. 그러나 다 무감각할까. 버스와 지하철 승객중에는, 거리에서 부딪치는 사람들 중에는 여자들의 노출에 무감각하지 않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성폭력범들은 여자의 야한 차림등에 도발되기 보다 그 자신의 병적인 요소에 의해 범죄를 저지른다는 것이 정설이지만, 노출 패션이 성범죄의 증가와 무관하다고 볼 수는 없다.

젊은이들의 실험적이고 파격적인 패션이 다른 세대의 패션을 변화시키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이다. 그러나 그 변화는 젊은 감각을 살짝 받아들여 신선함을 불어넣는 정도이지 초미니 스커트를 생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다.

말복이 지났으니 거리의 패션도 달라져야 한다. 단정함이란 찾아볼 수 없는 패션, 성폭력의 증가에 공포를 느끼면서 노출에는 용감한 패션, 아름다움보다 추함이 강조되는 패션을 정리해야 한다. 단정함이 없는 노출은 그냥 벌거벗은 상태이지 패션이 아니다.

옷으로부터, 몸으로부터의 자유와 해방감은 멋진 것이지만, 절제없는 멋은 없다. 흐트러진 차림, 흐트러진 마음을 정돈하면서 가을을 맞아야 한다.<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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