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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해 성광사진관」 후손 곽진호씨 조부 대신 수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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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해 성광사진관」 후손 곽진호씨 조부 대신 수훈

입력
1996.08.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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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가 3대 4명 훈장/조국에 몸바친 가족사/백범 일화·윤봉길 의사 은신처로 유명51회 광복절인 15일 곽진호씨(60·대한항공 기장)는 중국 상해(상하이)에서 독립운동을 하다 타계한 조부 곽준희씨(1870년생) 대신 단상에 올라 건국훈장 애국장을 수훈했다.

92년 백부 중규씨(1891년생)와 숙부 중선씨(1907년생)가 각각 건국훈장 독립장과 애족장을 수훈한 후 4년만의 영광이다. 진호씨가 공군에 재직하던 78년 받은 보국훈장을 합치면 곽씨 일가가 3대에 걸쳐 받은 훈장은 모두 4개. 독립운동에 관한한 파란만장한 가족사를 지닌 명실상부한 국가유공자 집안이다.

보부상이던 조부는 동학난을 인연으로 항일의병대에 참여, 충북 옥천등지에서 활동하다 1907년 일경에 체포됐다. 10년형을 선고받았지만 우여곡절끝에 3년 옥고를 치르고 풀려난 조부는 상하이 망명길에 올랐다.

곽씨 일가는 상하이에서 국내외 독립투사들의 연락장소이자 은신처였던 성광사진관을 운영하며 항일운동을 계속했다. 김구 선생이 밥 한 그릇을 얻어 먹고 나간 뒤 5분도 안돼 일경이 들이닥쳤다는 아슬아슬한 일화가 전해져 내려오는 성광사진관은 윤봉길 의사가 홍구공원 의거 직전까지 은신한 곳으로도 유명하다.

일제의 탄압은 중국도 예외가 아니었다. 3·1운동으로 옥살이를 하고 상하이로 망명, 대한민국 임시정부 요인으로 활동하던 백부는 33년 체포돼 신의주에서 6개월간 옥고를 치렀다. 또 비밀결사인 병인의용대 활동대원으로 상하이 일본총영사관에 2차례 폭탄을 투척한 막내숙부는 35년 일제 밀정의 총격을 받고 숨졌다. 조부도 해방을 5년 앞두고 이국땅에서 유명을 달리했다.

어릴 때부터 어른들의 독립운동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란 진호씨는 그 뜻을 이어 20여년동안 하늘에서 나라를 지키는 전투조종사 생활을 묵묵히 해냈다.

80년 대령으로 예편한 뒤 민간항공회사로 자리를 옮겨 일하고 있지만 독립운동가의 자손이라는 사실을 한시도 잊은 적이 없다. 진호씨는 『자라면서 나보다 나라를 먼저 생각한 선조들의 희생정신에 감명을 받았는데 요즘 아이들은 독립운동의 의미를 잘 모르는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김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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