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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정부·업계 종합처방 급하다(부실 충격… SOC 현장:5·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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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정부·업계 종합처방 급하다(부실 충격… SOC 현장:5·끝)

입력
1996.08.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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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 책임의식·감리자 수준 향상 시급/현장기능공 기술 높일 양성기관도 필요/시간 걸려도 설계부터 꼼꼼히 해야부실시공의 오랜 악몽에서 벗어날 수 있는 묘책은 과연 없는가.

정부가 중점추진중인 사회간접자본(SOC)사업에도 날림시공이 재현되고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민들과 전문가들은 물론 건설업계에서도 부실을 없앨 수 있는 원천적인 처방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더욱이 수백 수천의 인명을 담보하고 있는 경부고속철도를 비롯한 각종 국책사업의 부실시공은 국가적 대란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건설 전분야의 제도 및 공사현장의 문제점을 정밀하게 파악해 실현가능한 중장기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전문가들은 SOC사업의 부실이 설계 시공 감리등 건설 전분야의 문제에서 비롯되고 있는 만큼 분야별로 범정부차원의 부실대책팀을 구성, 종합적인 처방을 내놓아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건설재해예방연구원 최병은 전문위원은 『우리나라의 건설공사는 공사의 시작인 설계단계에서부터 고질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면서 『구조물의 안전을 좌우하는 설계를 미국 등 선진국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기간에 비전문가들을 대거 동원해 시행하고 있어 처음부터 부실을 내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경부고속철도 등 사업현장 곳곳에서 확인된 바 있다.

최위원은 또 『선진국의 경우 감리자가 구조물에 들어가는 자갈을 입고 있던 흰색 와이셔츠에 닦아 이물질이 뭍으면 시공을 못하게 할 정도로 엄격한 감리가 시행되고 있다』면서 『구조물의 안전을 최종적으로 지키는 역할을 하는 감리자의 수준향상과 시공사로부터의 실질적인 독립이 가능하도록 하는 근본대책이 세워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건설공정에서 가장 중요한 현장시공을 맡는 기능공들중 설계도면을 제대로 보고 부실여부를 가늠해가며 공사여건에 맞게 안전시공을 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는 실정』이라며 『이들의 실력을 높일 수 있도록 미국 유럽 등에서 체계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전문양성기관을 대폭 늘리고 사기를 진작할 수 있는 획기적인 대책도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건설교통부의 고위관계자는 『건설업체들이 안전시공을 염두에 두기보다는 우선적으로 이윤을 챙기고 보는 행태가 부실의 주요 원인』이라며 『건설업체의 책임의식을 높이고 시공능력이 있는 업체를 엄격하게 골라 공사를 맡길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구조적인 문제점외에 공사현장에서 안전을 우선적으로 따지지 않고 책임의식없이 공사를 강행하고 보는 행태도 하루빨리 고쳐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서울대 토목공학과 장승필 교수는 『우리나라의 건설기술력이 선진국에 비해 20년정도 뒤지기는 하지만 현장시공에서 정성을 기울이면 붕괴위험까지 초래하는 부실은 막을 수 있다』면서 『기술력이 부족하면서도 부실에 대한 감각도 없이 불량자재를 사용하고 녹슨 철근을 그대로 시공하는 정신자세가 가장 큰 병폐』라고 꼬집었다.

중앙대 토목공학과 김수삼교수도 『국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각종 공사는 이용자의 안전과 편의를 우선하기 보다는 시공자의 편의대로 시공되고 있기 때문에 부실공사가 발생하고 있다』면서 『이로 인해 사소한 문제가 공사현장 곳곳에서 발생해 공사 전체가 부실로 멍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교수는 또 『정부가 수도권신도시를 건설할 당시에는 안전시공을 소리 높였으나 SOC사업에는 그때 만큼의 안전의식이 눈에 띄지 않는다』면서 『SOC사업의 부실시공을 막고 안전시공을 이끌어낼 수 있는 전문가그룹을 만들어 다각적인 대책마련과 점검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뒤늦게나마 SOC사업 전반에 대한 특별안전점검을 실시하고 대책을 세우겠다고 공언하고는 있다.

그러나 그 대책이 보다 심도있는 실태조사와 분석을 거쳐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는 부실방지의 근원적인 처방으로 나타나 건설현장에 반영돼야 한다는 것이 SOC부실실태를 지켜본 모든 국민들의 바람이다.

한 전문가는 우리 건설업계가 이번 기회에 건설분야의 구조조정을 꾀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장비와 인력을 동원한 토목공사나 기초공사를 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고도의 기술을 발휘해 공사의 질과 안전성을 함께 높일 수 있는 고부가가치 분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선 내년에 민간건설시장을 시작으로 개방되면 국내 건설업체들은 고기술을 요하는 공사는 선진국업체들에 빼앗기고 값싼 공사만 맡는 처지로 몰락할 수도 있다는 것이 건설업계의 우려다. 건설업계가 시장개방을 앞두고 경쟁력을 확보하는 첩경은 부실시공의 오명을 떨쳐버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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