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열제 먹인다고 병 낫는 것 아니다”한국인은 약을 과신하다 남용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대부분 바이러스에 의해 생기는 감기는 어린이에게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질병으로 일정기간이 지나면 자연히 낫게 마련이다.
그런데 어머니들은 약을 꼭 먹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약을 먹여 감기가 나은 것으로 생각한다. 의사가 약이 필요없다고 해도 기어코 무슨 약이라도 달라고 조르는 어머니들도 많다.
열이 조금만 있어도 약(해열제)을 먹여서 열을 내리려고 한다. 열을 억지로 내린다고 병 자체가 낫는 것이 아닌데도 덮어놓고 열을 내리려고만 한다. 열을 억지로 내리지 말고 열이 어떻게 변동하는지를 체온계로 측정했다가 의사에게 보여주는 것이 진단에 도움이 된다.
열은 우리몸이 병균과 싸우는 데 유리한 현상이다. 물론 열이 너무 높아 어린이가 밤에 잠을 자지 못하고 몹시 보챌 때에는 해열제를 쓸 수도 있으나 해열제로 열을 내린다고 해서 병이 빨리 낫는 것은 아니다.
약은 무슨 약이든지 효과와 함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약의 효과를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떤 부작용이 올 수 있는지를 알아두는 게 더 중요하다. 따라서 약국에서 약을 살 때에는 반드시 약명을 알아둬야 한다. 어떤 약은 발진이 생길 수도 있고 복통이나 설사를 일으킬 수도 있다. 어떤 약은 어린이가 먹으면 나른해지고 기운이 없어지기도 한다. 의사가 환자의 약 복용사실을 모르고 진단하게 되면 오진하기도 쉽다.
어린이가 약을 쉽게 먹도록 달콤한 시럽형태로 개발된 게 많다. 그러나 시럽약이 너무 맛있어 부모 몰래 먹다가 중독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보관에 주의해야 한다. 약을 우유에 타서 먹이는 것은 좋지 않은 방법이다. 어떤 아기는 이 때문에 우유까지 잘 먹지 않는 경우가 있다.
어머니들은 자녀에게 약을 먹일 때 식전 식후를 따지는 습관이 있다. 점심을 먹지 않았다는 이유로 하루 3번 먹이게 돼 있는 약을 두번만 먹이는 경우를 종종 본다. 소화에 관계되는 약은 식사와 관련해 먹이는 수가 많다. 그러나 하루 3번 8시간 간격, 또는 하루 4번 6시간마다 먹이는 경우는 약의 혈액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한 것이므로 식사와 관계없이 먹여야 한다. 공복에 먹여도 상관이 없다.
어린이가 장기간 약을 복용하는 경우(간질·류머티즘성 질환 등) 학교에서 약을 제대로 먹지 않고 버리는 바람에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어머니는 자녀가 약을 제대로 먹고 있는지를 관심을 갖고 늘 관찰해야 한다.<홍창의 울산대 의대 교수·서울중앙병원 소아과>홍창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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