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시대의 요체는 개방·자율·창의라고 할 수가 있다. 특정기관이나 사람만이 정보를 독점한 채 자율과 창의 및 공정을 부르짖어 봤자 구두선에 불과하다. 국민의 알 권리란 기본권중의 기본권이라 할 것이다.그런 의미에서 보면 문민정권 출범과 함께 구시대적 독선과 행정규제 만능 풍조에서 벗어나 자율과 개방의 세계화·정보화 시대를 열기 위한 바탕의 하나로 추진되어 온 정보공개법이 국민적 기대를 모아왔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데 작년 7월에 이미 입법예고됐던 법안이 1년을 넘기고서야 가까스로 국무회의의 의결을 거쳤을 뿐만 아니라 그 내용 또한 환골탈태되어 허울만 남은 인상이니 어처구니가 없다.
앞으로 국회의 심의과정에서 본래의 입법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법안 내용이 대폭 수정·보완되어야 할 것이다.
국무회의에서 통과된 법안을 보면 먼저 비공개 대상에 대한 구체적 나열만 있어 어찌 보면 정보공개법이 아니라 정보차단 및 독점법이라는 인상이 짙다. 법안이 규정하고 있는 비공개대상을 행정편의주의 발상에 따라 자의적으로 확대해석한다면 모든 기관의 정보를 모조리 차단할 수도 있게 된다.
당초의 입법취지가 뒷걸음질 친 이런 결과야말로 보다 과감하고 적극적인 공개주의 채택 필요성을 역설적으로 웅변한다. 정부는 법안에 비공개대상만 나열할 게 아니라 법에 의하지 않고는 정보공개를 거부할 수 없고 그 벌칙과 징계내용마저 명시하는 적극적 입법으로 되돌아가야 할 것이다.
비공개 대상의 잡다한 나열에 겹쳐 비공개 결정 자체를 공공기관장의 자의에 지나치게 맡기고 있는 것 역시 여전한 행정편의주의·비밀주의적 발상이다.
입법예고때 있었던 정보공개위원회안의 삭제는 그런 행정편의와 독선에 효율적으로 대항해 국민의 알 권리를 구제·보장할 수 있는 장치를 없애버린 것이어서 더욱 실망을 안겨준다 하겠다. 위원회 대신 행정심판에 그 기능을 맡긴다지만 결코 제구실을 할 수가 없다. 번잡하고 시간이 걸리는 행정심판으로 어느 세월에 공개여부를 가려준단 말인가. 뒤늦게 심판이 날 때쯤이면 그런 정보란 이미 값어치를 잃어버리기 십상인 것이어서 결과적으로 관에 맞서 국민들이 알 권리를 쟁취할 길이란 멀기만 한 것이다.
지금은 관의 독선과 일방규제가 통했던 개발독재시대가 아니다. 문민정부가 정보공개를 공약했던 것도 구시대와의 차별화를 선언한 것이었다. 그런데도 이번 법안의 환골탈태과정을 통해 드러난 건 차별화 의지의 실종과 함께 여전히 높은 관의 문턱이다. 법안의 전향적 개선을 거듭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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