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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제의,끈기 따라야(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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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제의,끈기 따라야(사설)

입력
1996.08.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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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적십자회는 13일 북한에 들어갔던 소설가 김하기씨를 돌려보내겠다고 통지해왔다. 하지만 바로 하루전 강영훈 대한적십자사 총재가 제의했던 남북적십자회담 재개에 대해선 일언반구 말이 없다. 전화통지문 접수조차 거부했다고 한다.그래도 우리 통일원 당국자는 송환을 우리측의 요구에 대한 「화답이며 남북관계 개선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1천만 이산가족 찾기라는 대의 밑에서 제의된 적십자회담에 대해 아무런 촉구조차 없었다. 회담 25주년을 맞아 공중에 띄워본 「헛소리」가 아닐텐데 성사시켜 보겠다는 진지함과 끈기를 엿볼 수 없다.

적십자회담은 제쳐두고라도 지금 북한엔 KAL 승무원으로부터 동진호선원에 이르기까지 무려 4백42명의 무고한 남한국민이 강제억류돼 있다. 이에 대해서도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 시도 때도 없이 끈질긴 주장으로 문제를 「이슈」화하고, 끝내는 「이인모 노인의 송환」을 관철시켰던 북한의 태도와는 너무 대조적이다. 우리의 「부드러운 대응」에 무슨 깊은 뜻이 숨겨있는지 모르겠으나 이런 집요하지 못한 태도가 혹 북에 잘못된 「시그널」로 전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북한은 지금 극심한 경제난등 어려움으로 경협과 그밖의 문제를 철저히 분리해 접근하고 있다. 우리쌀 15만톤을 마다않고 받아들이고 유엔을 통한 3백만달러 지원도 받았으며 나진·선봉에는 우리 기업인을 초청해 놓고 있다. 물론 6·25이래의 오판, 「남한당국 상대안하기」는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

이럴때 일수록 우리 대북자세는 매우 신중하되 유기적으로 연관돼있어야 하며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 무엇보다 끈기가 있어야 한다. 몇번 두드리다 안되면 딴 길을 찾고, 북의 근거없는 몸짓 하나로 그간의 원칙들을 헌신짝처럼 버리고 허겁지겁 달려가는 그런 자세들은 「북의 오판」만 조장할 뿐이다. 지난번 북경쌀의 경우처럼 「미끼만 잘리고 마는」 우를 범하게 된다.

그렇다고 대북거래에 만사 전제조건을 달자는 것은 아니다. 줄 것은 조건없이 주되 우리가 대북관계에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조건은 분명히 밝히고 어느 경우에서나 흔들림없이 표현되고 지켜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소설가 한 사람 돌려보낸다고 「개선 기대운운」하는 「화답」만 할 것이 아니라 적십자회담 수락을 또한번 촉구하고 고통받는 가족들을 위해서라도 4백42명 억류자의 송환을 또한번 못박았어야 했다.

이번 강총재의 성명에는 애절한 글귀가 담겨 있다. 「이산 1세대들이 숨을 거두기 전에 이산 해결의 실마리를 찾자」는 것이다. 분단 51년째를 맞는다. 북한은 더이상 속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전술·전략」에만 매달리지 말고 남북적 회담재개에 응해야 한다. 그들과 고통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람도, 그들을 지원할 수 있는 나라도 먼 곳이 아닌 반도의 남쪽임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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