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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해외 탈출(새경제팀 현안 해법:5·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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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해외 탈출(새경제팀 현안 해법:5·끝)

입력
1996.08.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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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투자 붐… 제조업 공동화 우려/열악한 경영환경·지나친 규제에 “국내선 어렵다”/토지·자본·노동·물류 등 고비용 해소 정부 과제로내년이면 폴란드에서 만들어진 대우 상용차가 국내에서 시판된다. 지난해말 폴란드 최대 자동차회사인 FSO를 인수한 대우는 상용차의 현지수출은 물론 국내 도입을 위해 이 공장에 11억달러를 투자하는등 양산체제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우는 생산원가가 국내보다 훨씬 싸기 때문에 운임을 감안해도 국내보다 싼 가격으로 폴란드산 상용차를 국내서 팔 수 있다고 밝혔다. 서울에서 자동차를 만드는 것보다 지구 반대편에서 제조해 들여오는게 값싼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기업인들은 공공연히 『국내에서 사업하는게 해외보다 몇배나 어렵다』고 고충을 털어 놓는다. 높은 임금과 땅값, 여전히 문턱이 높은 은행, 매출의 20%에 육박하는 물류비, 연례행사화한 노사분규. 그러나 무엇보다 기업인들을 짜증나게 하는 것은 사사건건 간섭하는 정부의 지나친 규제다.

기업들의 해외탈출은 이제 더이상 뉴스거리가 안될 정도로 흔한 일이 됐고 경영의 ABC로 통하고 있다. 대기업 중소기업, 사양산업 첨단산업등 규모 업종에 관계없이 기업들의 생산기지 해외이전이 붐을 이루고 있고 또 그럴만한 충분한 이유도 있다.

하지만 기업들의 해외진출이 최근들어 너무 급속하게, 또 기존의 사양산업위주에서 자동차 반도체 전자등 주요 첨단 및 기간산업에까지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어 국내 제조업의 공동화현상이 야기되는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또 사업다각화나 시장 및 원료확보 차원보다는 열악한 경영환경에 따른 도피성 탈출이 주종을 이루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이 부각되고 있다.

국내 기업의 해외투자는 93년 12억달러에서 94년 23억달러, 95년 30억달러, 올들어 5월 현재 21억달러로 급증하고 있으나 외국인의 국내투자는 같은 기간 10억달러대에서 미미하게 늘어나는데 그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기업의 해외투자액과 외국기업의 국내투자액의 차액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이같은 투자차액은 그대로 국내 투자부족으로 연결되면서 「투자부진―경기부진―고용불안―성장축소」라는 악순환을 일으키는 주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의 경기급랭에는 기업의 해외탈출과 이에 따른 국내투자의 위축도 한 몫을 하고 있다.

기업이 해외로 빠져나가면 당장 세금이 덜 걷혀 재정운용도 어려워질 뿐더러 국내 해당 업종의 생산위축 및 현지 생산제품의 역수입으로 무역수지도 악화한다. 제조업의 공동화는 무엇보다 유통 서비스업의 비대화를 초래해 나라경제를 「대리점경제」로 전락시킬 수있다. 일부 재벌 계열사들은 벌써 무언가를 만들어 파는 것보다 외국의 유명상품을 수입하는게 주력업종이 된 경우도 있다. 제조가 빠진 「대리점경제」는 사상누각에 불과해 세계 경제에 불황이라도 닥치면 그대로 주저앉을 수밖에 없다.

제조업공동화의 폐해가 아무리 파괴적이라 해도 정부가 이를 막을 명분도 없고 여건도 형성돼 있지 않다. 정부는 지난해 기업의 무분별한 해외투자를 억제하기 위해 1억달러이상의 해외투자에 대해서는 투자자금의 20%이상(1억달러미만은 10%이상)을 자기자금으로 조달하도록 의무화하자 재계로부터 『이제 밖으로 나가는 것마저 규제할 참이냐』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기업들은 국경을 넘나들며 원가가 덜 드는 곳으로 움직이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이런 대증요법보다는 국내에선 기업들을 도저히 못버티게 하는 기업환경을 혁신해야 한다. 기술개발과 판로개척은 기업의 몫이지만 외국업체와 동등한 수준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토지 자본 노동 물류등 4대 생산요소비용을 낮추는 일은 정부의 몫이다. 더구나 많은 시간과 자금을 들게 하고 기업인의 진을 빼놓고 있는 행정규제는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자진해서 풀어 나갈 수 있다. 한때 제조업을 푸대접해 「지는 해」신세가 됐던 영국이 왜 파격적인 조건으로 한국의 기업들을 유치하고 있는지를 한승수 경제팀은 곰곰 따져봐야 할 것이다.<이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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