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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 교민의 「기대」/김인규 국제2부장(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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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 교민의 「기대」/김인규 국제2부장(메아리)

입력
1996.08.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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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한인사회에는 돈벌이와 관련된 전설같은 몇가지 얘기가 전해 내려온다. 『오토바이 운전자용 점퍼가 히트, 한가지 모델로 연간 수십억원을 벌었다』 『하루 매상액이 워낙 많아 가족만으론 돈을 세기가 불가능, 친지들까지 동원하기도 했다』 등등. 이는 물론 「브라질 경기가 한창 좋았던 시절」의 얘기지만 결코 허풍이 아니다.4만여명에 달하는 브라질 교민들은 대부분 중남미 최대 상업도시 상파울루에 모여 살고 있다. 상파울루의 인구는 호주의 전국민수와 맞먹는 약 1,700만명이다. 주로 의류 제조 및 도·소매업에 종사하는 교민들은 상파울루 시민 뿐 아니라 1억5,000여만명의 브라질인들이 연간 소비하는 의류 가운데 약 35%를 생산, 판매하고 있다. 이같은 수치로 볼 때 교민들의 「돈벌이 전설」은 머리를 끄덕이게 한다.

어느 지역 교민들보다 경제적으로 성공했지만 브라질의 한인들에게도 고민은 있다. 자녀들의 교육문제와 한국계 은행의 사실상의 부재가 대표적이다. 브라질 학교나 미국 및 영국계 인터내셔널 스쿨에 다니는 자녀들이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상실, 부모세대와 점차 심정적 거리감을 두는 점이 가슴 아프다. 맞벌이 부부 가정에서 종종 발견되는 자녀들의 탈선이 교민 전체사회를 우울하게 만들기도 한다. 웬만한 시설과 교사진을 갖춘 한국학교의 설립이 이같은 문제점들을 상당 부분 해소해 줄 것으로 교민들은 믿고 있다.

한국계 은행들의 부재는 제2의 도약을 노리는 교민사회에 좌절감을 안겨준다. 93년 수출입은행이 영업을 시작했고 외환은행이 수십년간 사무소를 운영해왔지만 교민사회에 큰 도움은 주지 못하고 있다. 수출입은행은 전대차관만 제공하고 있고 외환은행은 브라질 정부의 허가를 얻지 못해 여·수신업무를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교민들은 김영삼 대통령의 브라질방문으로 이같은 문제들이 해결되기를 고대하고 있다. 물론 브라질외 다른 중남미 국가 교민들도 그들만의 힘으로는 풀지 못했던 숙원을 분명히 갖고 있을 것이다. 한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인 중남미지역 순방외교가 역내 교민들의 숙원사항들을 푸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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