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선 투자·대 중국관계 등 북 내부사정 반영/당국 “전반적 태도변화로 보기엔 시기상조”소설가 김하기씨의 송환은 제한된 범위 에서나마 남북관계가 풀려나가고 있는 신호로 받아 들여지고 있다. 최근 남북간에 「시신인도」의 관례가 정립돼 가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일부에서는 8·15를 전후해 관계 개선의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겠느냐는 성급한 추측도 제기되고 있다.
북한은 김씨가 입북한 지 5일만인 5일 이례적으로 김씨가 불법 국경침범죄로 조사받고 있다고 발표했다. 일찌감치 김씨를 의거월북자나 간첩으로 이용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고 송환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북한이 지난해 7월 중국 연길(옌지)시에서 실종된 안승운목사를 의거월북자로 규정한 것과 비교하면 분명히 다른 모습이다.
대북 전문가들은 이같은 북한의 태도가 북한의 내부사정을 반영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즉 경협, 인도주의 차원의 교류, 당국간 대화 등 기존의 남북 문제에서 경협과 인도주의 차원의 교류는 통제 수준에 따라 체제유지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북한 지도부가 의견을 모으고 있다는 얘기다.
북한은 우리 기업인들의 나진·선봉 투자설명회 참가를 앞두고 있으며 지난해에 이은 호우피해로 외부 지원이 절실한 상태다. 자본주의 길을 걷고 있는 중국과의 관계 재정립도 과제다. 따라서 북한은 4자회담 등 남북 당국간 문제가 아닌 바에야 굳이 말썽의 소지를 만들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더욱이 현재 우리를 비롯해 인도주의 차원에서 국제사회의 대북 지원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시신인도나 김씨의 송환문제 등에서 「비인도적 이미지」를 남겨서는 북한도 곤란하다. 북한의 비인도적 조치는 국제사회의 대북 지원 여론에 찬물을 끼얹고 미국내 대북 강경세력, 특히 공화당의 좋은 공격거리가 될 것이 뻔하다. 우리 역시 대규모 경협이나 대북 지원은 북한이 4자회담을 수용해야 가능하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지만 최근 들어서는 인도주의적, 또는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분위기 조성 차원의 지원은 언제든지 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통일원은 북한이 12일 강영훈 대한적십자사 총재가 제의한 남북한 적십자 총재(부총재) 회담 등 준당국간, 또는 당국간 대화에 나설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보고 있다. 북한이 대남 정책에 있어 과거보다는 현실적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지만 전반적 태도변화로 보기에는 아직 시기상조 라는 분석이다. 한편 김씨는 중국을 통해 국외추방되는 형식으로 송환될 공산이 크다. 김씨가 연길에서 입북했고 또 지난해 중국측 두만강지역에 갔다가 강물에 휩쓸려 북한지역에서 체포됐던 이종근씨(54)가 10여일만에 중국에 인도됐던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김병찬 기자>김병찬>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