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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6.08.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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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는 범사회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지메」(집단괴롭힘)에 시달려 학교에 안 가는 학생의 숫자가 계속 늘어만 가고 있다. 작년에는 한달 이상 결석한 학생이 무려 8만명을 넘었다. 심지어 요즘 일본 열도의 공포가 되고 있는 원인불명의 0―157 식중독으로 입원했다가 학교에 다시 나온 학생까지 따돌림을 당하고 있다. ◆세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던가. 아이들 사이에나 있을 법한 이 이지메가 요즘은 어른 사회로 번져 「회사 이지메」 현상이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경영주가 감원대상으로 점찍은 사원을, 다른 사원들을 시켜서 온갖 수단으로 괴롭혀 결국에는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사표를 내게 만드는 것이다. ◆아이들과 달리 회사 이지메는 쫓아내는 것이 목적이므로 방법이 훨씬 악랄하고 집요하다. 작년 한해동안 이 때문에 우울증을 얻어 병원신세를 진 사람만 1천명이 넘었다는 통계도 나와 있다. 정리해고를 피해 보려고 40∼50대 중년 샐러리맨 사이에서는 젊게 보이기 성형수술이 유행한다는 뉴스가 전해지기도 한다. ◆이같은 사회 현상은 일본이 오랜 불황을 거치면서 기업들의 감량경영이 불가피하게 된 데서 빚어진 일이지만, 얘기를 전해 듣는 뒷맛은 떫다. 불황은 이제 남의 일이 아니다. 바로 우리의 발등을 찍고 있다. 불황이 닥치면 기업들은 우선 월급이 많은 간부부터 줄이려 한다. 물가는 자꾸만 오르는데 이 군살빼기의 제물로 얼마나 많은 중늙은이가 거리로 내몰릴지 알 수 없다. ◆그러나 할 일은 얼마든지 있다. 독일처럼 아예 노인당을 만들어 노인복지를 위한 정치활동에 나설 수도 있고, 나이 든 사원을 구박하기로 소문 난 기업을 찾아내 본보기로 혼을 내 줄 수도 있다. 요즘 새로 생긴 한국경총의 「고급인력 정보센터」는 그런 의미에서 노인 인력, 아니 고급 인력의 훌륭한 재활용처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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