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틀랜타올림픽이 막을 내린지도 벌써 열흘이 지났지만 이를 중계했던 방송사와 엄청난 광고공세를 펼친 미국 기업들이 남긴 파장은 적잖이 남아있다. 미국선수들이 판을 친 화면에 짜증을 내면서도 채널을 고정시켜야 했던 NBC 방송에는 지금도 수시로 채널을 맞추게 된다. 올림픽의 뒷얘기를 전하는 프로그램에서 혹시 애국가가 울려퍼지지 않을까 하는 소박한 기대때문이다.올림픽기간에 무차별적으로 펼쳐진 기업들의 광고도 이따금 눈에 선하게 떠오른다. 경기 중간중간 끼어들어 흐름을 끊어 놓을때는 눈살을 찌푸리기도 했지만 이들 광고는 뚜렷한 주제와 충실한 내용으로 시선을 모은 게 사실이다. 특히 육상등 올림픽경기를 컴퓨터그래픽으로 처리해 인간의 능력에는 한계가 없다는 점을 부각시킨 광고들은 인상적이었다.
올림픽광고에 국한된 얘기는 아니지만 미국기업의 광고는 우리에게 충격적인 내용이 많다. 광고기법이 한 차원 높은 것은 기술의 차이라고 치더라도 경쟁사와의 가격, 품질등을 직설적으로 비교할 때는 심하다는 느낌마저 들게 된다. 예를 들어 특정 경쟁사의 두통약은 두알을 먹어도 효과가 없지만 자기들이 만든 약은 한알만 먹어도 즉시 통증이 가라앉는다는 식이다. 전화회사들은 상대방의 요금을 들먹이며 자기네가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떠들어 댄다.
우리 기준으로 보면 상대방 광고에 시비를 걸며 싸움을 벌일만도 하지만 그런 일은 거의 없다. 상대방을 근거없이 헐뜯거나 불공정 거래를 일삼을 경우 즉시 제재를 당하기 때문이다. 또 정부와 각 기업들은 시장의 정당한 룰을 지키기 위해 나름대로 힘을 쏟고 있다.
한국은 미국과 기업풍토가 판이하게 다르고 경쟁사와의 비교광고를 할 수 없게 돼 있다. 하지만 히트상품이 나올 때마다 유사제품이 쏟아지고 경쟁이 심해지면 품질로 승부하기 보다 흠집내기로 이어지는 풍토는 사라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막강한 자금력을 앞세워 최소한의 룰마저 깨면서 시장을 독식하려는 일부 대기업의 횡포는 말할 것도 없다.<뉴욕=이종수 특파원>뉴욕=이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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