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만남의 예술(공연읽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만남의 예술(공연읽기)

입력
1996.08.14 00:00
0 0

공연예술은 「만남」의 예술이다. 단순히 연기자, 연주자와 관객(청중)의 만남만 있는 게 아니라 무대예술인이 전달하는 매체에 의해 우리는 작가, 작곡가가 세상을 떠나고 오랜 세월이 흐른 후에도 새로운 모습으로 그들을 만나게 된다. 만남의 형태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순간순간 변수가 작용한다. 미술품도 시대와 감상자에 따라 가치를 느끼는 것이 달라지지만 대상물 자체는 변하지 않는다. 그러나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한 극단이 한 극장에서 공연한다 하더라도 하루하루의 공연은 달라지게 마련이다.만남은 동시에 이루어지는 것이며 결코 일방적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벽」에 대고 하는 연기와 연주는 공연예술일 수 없다. 연기와 연주는 반드시 관객의 반응이 있을 때 생명력을 갖는 것이며 관객의 반응에 다시 반응할 때 공연예술의 특징인 「일회성」이 나타나는 것이다. 따라서 공연은 만남일 뿐 아니라 「대화」이다. 일방적인 대화가 진정한 대화일 수 없듯이 관객과 교감하지 못하는 공연예술은 존재가치가 없다.

우리나라 공연예술에서 아직 부족한 것이 바로 무대와 객석 간의 대화이다. 입장권만 사면 누구나 들어갈 수 있는 극장에서 서먹서먹함을 느낀다. 서양의 극장은 광장의 어우러짐이 건물 안으로 옮겨간 것이기 때문에 서양의 관객은 처음부터 극장의 주인이었다. 서양의 무대예술의 온갖 형식은 바로 관객 스스로 만들어낸 것이다. 자기 집에서 자기가 만든 요리를 즐기는 것을 싫어할 사람이 없다. 우리나라에서 무대와 객석 간의 교감이 부족한 것은 대화다운 대화가 부족한 우리 일상생활을 보면 이해가 된다. 남의 말을 들어주고 자신의 의견도 말하는 대화방식이 우리에게 생활화해 있다고 볼 수 없다. 직장 뿐 아니라 학교와 가정에서조차 일방적인 의견이 강요되기도 하고 거기에 대한 반발로 집단적 선동이나 공허하고 요란한 토론이 판을 친다.

진정한 자기표현을 할 줄 모르는 사람들이 기껏 목소리나 손가락 재주를 과시하는 동안 관객은 머리속에서 내일의 걱정을 하는가 하면 지휘자가 돌아서서 관객과 손뼉을 함께 치고 나서도 마음의 허전함을 메울 수 없다. 이 모두가 우리 나날의 반영이다.<조성진 예술의 전당 예술감독>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