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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한의 새 장편 「장강」(소설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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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한의 새 장편 「장강」(소설평)

입력
1996.08.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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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 뚫고 솟아오르는 불굴의 낙천주의박영한의 장편소설 「장강」(창공사간)은 이두삼이라는 실존 인물의 회상기에 토대를 두고 전개되는 작품이다. 1922년 함경북도 회령에서 태어난 주인공 이두삼은 어린 시절부터 일제의 식민지통치에 대하여 적극 저항하는 기개를 보이더니 1930년대 말 일본으로 건너간 후에는 뜻이 맞는 벗들과 함께 본격적으로 비밀결사를 조직하여 활동하다가 결국 일제관헌에 검거되어 말로 다할 수 없는 고초를 겪는다.

해방을 맞이하여 자유의 몸이 되는가 했으나 그것도 잠시 뿐, 그에게는 다시 새로운 고난의 시대가 개막된다. 해방 후 소련군의 진주와 더불어 북한땅을 휩쓸기 시작한 공산주의의 광풍에 맞서다가 체포된 그는 소련군당국에 넘겨져 혹한의 시베리아 강제수용소를 전전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 처절한 고통의 세월도 그의 기상을 꺾어놓지는 못한다. 6·25 발발 직전에 북한으로 송환되어 풀려난 그는 6·25가 터지자 다시 반공유격대를 조직하여 활약하는 것이다.

이상과 같은 경개를 가지고 있는 「장강」이라는 작품은 과연 얼마만한 가치로인정받을 수 있는 것인가? 내가 생각하기로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이유에서 이 작품은 참으로 뜻깊은 문제작으로 평가받아 마땅하다고 여겨진다.

첫째, 이 작품은 일제강점기에서 해방 후의 격동과 6·25까지에 이르는 기간의 한국현대사, 그 중에서도 특히 북한쪽의 현대사에 대하여 오늘날 우리 사회의 진보적이라고 자처하는 수많은 지식인들 중 상당수가 갖고 있는 오류투성이의 고정관념을 깨뜨리고 그 참다운 실체를 제대로 들여다볼 수 있게끔 이끌어 주는 훌륭한 안내자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둘째, 이 작품은 역사의 발전법칙이니 총체성이니 하는 따위의 현란한 요설을 즐기는 사람들이 집요하게 고수하고 있는 관념적 허상이 더 이상 통용되지 못하는 자리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인간이라는 존재의 실상을 생생하게 보여줌으로써 독자들로 하여금 자신의 삶과 이 세상에 대한 인식의 깊이를 획기적으로 더할 수 있게 만들어 준다.

셋째, 이 작품에서 이야기되고 있는 내용은 앞서의 간단한 요약에서도 드러났듯 대부분 처절한 고통의 기록으로 가득찬 것이지만 좀더 주의깊게 이 작품을 읽는 독자들은 불굴의 낙천주의라고 일컬을 만한 정신의 힘이 그 모든 고통의 기록을 뚫고 솟아올라오는 것을 느낄 수 있는데, 그와 같은 정신의 힘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바로 그러한 종류의 힘을 찾아보기가 몹시 어렵게 된 오늘의 한국문학 전체에 대하여 귀중한 반성의 계기를 제공하고 있다.<이동하 문학평론가·서울시립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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