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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회장의 선거공약(장명수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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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회장의 선거공약(장명수 칼럼)

입력
1996.08.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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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6학년 어린이가 학생회장에 입후보하면서 『책상 걸상을 새것으로 바꾸겠다』는 선거공약을 내걸었고, 회장에 당선되자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내 그 공약을 이루게 되었다는 얘기가 며칠전 일부 신문·방송에 보도되었다. 그 소식을 들은 몇몇 어머니들은 기분이 착잡하다고 말했다.어른들의 선거문화와 대통령 만능 풍조가 어린이들을 오염시켰다고 한탄해야 할지, 어린이가 할 수 있는 발상이라고 넘겨야 할지, 그 학생이 특별히 통이 크다고 봐야 할지, 얼른 판단하기 어렵다고 그들은 말했다. 나도 같은 느낌이었으므로 좀 더 자세히 알아보기로 했다.

취재결과 보도 내용에 과장이 있었음을 알게 됐다. 청와대는 그 학생의 편지를 받고 지방교육청에 실상을 알아보라는 공문을 보냈고, 교육청은 올해의 책걸상 교체 계획에 따라 그 학교에 책걸상 90조를 새로 보내기로 했을뿐 별도의 추가지원 계획은 없다는 것이 확인된 내용이었다. 그 지방교육청은 올해 1억700만원의 예산으로 관내 80여 초등학교에 4,000조의 책걸상을 새로 보내고 있다고 밝혔다.

어린이회장 선거에서 그런 공약이 나왔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렸던 사람들은 『대통령에게 편지를 쓰면 모든 일이 해결된다』고 어린이들이 믿지 않게 된 것이 우선 다행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 그와 함께 책걸상이 얼마나 나빴기에 그런 공약이 나왔을까 라는 안타까움도 느낄 것이다.

영양상태가 좋아지면서 어린이들의 몸은 부모세대와 비교할수 없을만큼 커지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지난 30년간 초등학교 6학년 어린이(만11세)의 키는 15∼18㎝, 체중은 10∼12㎏이 늘었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키는 3∼4㎝, 체중은 3∼5㎏이 늘었다. 더구나 10∼11세는 가장 빨리 성장하는 시기여서 한해에 5㎝나 키가 크기도 한다.

이처럼 몸이 자란 어린이들이 10년전, 20년전 선배들이 쓰던 책걸상에 몸을 맞춘다는 것은 고역일 것이다. 그런 불편한 자세로 공부가 제대로 될리 없고, 자세에 이상이 생길 가능성도 높다. 교육부는 매년 책걸상을 교체하고 있지만 예산때문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어디까지가 어린이다운 것인지 판단하기란 쉽지 않다. 사실은 어린이다운 발상과 행동인데, 어른의 눈으로 보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고, 비교육적인 대응을 하게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한 어린이 회장의 선거공약과 그 공약을 실천하려는 방법에 대해서 우리는 긴장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은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는 생각, 어른들의 혼탁한 선거문화와 돌출행동등의 영향이 어린이의 천진함과 결합하고 있다는 흔적이 발견되기 때문이다.<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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