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쇄살인 제프리 다머 실화소설/엽기적 범행의 비정상적 심리상태 묘사미국 소설가 조이스 캐롤 오츠의 최근작 「좀비」(최인자 옮김·버팀목간)는 범죄형 이상심리자의 내면을 의식의 흐름에 따라 그려낸 독백체 소설이다. 미국에서 제프리 다머라는 남자가 10대 소년 십수 명을 유인, 살해하고 시간한 뒤 시체를 유기한 실제 사건이 작품의 소재이다. 쿠엔틴이라는 소설 속 범죄인물을 화자로 등장시켜 범행장면과 그 순간의 느낌을 끔찍하고 기괴하게 그려냈다.
「좀비」는 마법의 초자연적인 힘을 빌려 살아 돌아온 시체를 말한다. 쿠엔틴은 그에게 무조건 복종하고 무한한 성적 만족을 선사하고 그를 숭배하고 찬양하는 대상인 좀비의 창조를 삶의 목표로 삼고 있다. 하지만 그는 일상에서는 지극히 정상적인 삶을 산다. 아버지가 대학교수에다 백인명문가 출신이며 매주 교회에 빠지지 않는다. 절대로 속도위반을 하지 않는 모범운전자인 그는 이를테면 미국인의 전형이다. 그가 저지른 그토록 기괴하고 비정상적인 사건 뒤에 얼마나 정상적인 가정과 평범한 일상생활과 사회가 놓여 있는가를 보여주려는 것이 이 소설의 의도이다. 제프리 다머의 사건이 발생했을 때 시사주간지 「타임」은 논평에서 『이것은 신이 우리에게 던지는 준엄한 경고』라고 썼다.
오츠는 쿠엔틴을 차를 몰면서 절대 속도위반을 하지 않는 모범적 자아와 실험대에 사람을 올려놓고 거침없이 목을 딸 수 있는 비정상적 자아 사이를 갈등없이 오가는 심리상태를 지닌 인물로 그리고 있다. 이 소설은 범죄에 대한 범죄자 자신의 생각과 사회에 대한 그들의 인식이 어떠한지 보여주면서 변태적 욕망을 이루지 못해 안타까워하는 이상심리자의 모습을 인상깊게 전해준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