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팀이 바뀌었다. 새 경제팀은 우리 경제력을 회복하고 경상수지 개선을 위한 정책방향을 잡기 위해 고심하고 있을 것이다. 경제정책의 방향을 올바로 잡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우리 경제의 실상에 대한 정확한 파악이 중요하다.필자가 보기에 우리 경제의 실제 모습은 통계수치가 보여주는 것과 상당한 괴리가 있다. 가령 노동부가 조사한 우리나라 제조업의 평균 임금수준은 우리나라보다 1인당 소득수준이 두배가 넘는 싱가포르 홍콩 대만과 비슷한 수준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제조업근로자의 평균임금을 총 취업자수로 곱한 금액은 우리나라 국민소득 통계에 나오는 총고용소득보다 약 50%나 많다. 반면에 일본이나 외국의 경우 그 수치는 비슷하거나 오히려 전자가 후자보다 낮다. 제조업보다 서비스의 평균임금이 더 높기 때문이다.
우리의 자산소득은 어떤가. 우리나라의 총부동산가격이 국민총생산(GNP)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높고 땅값이 비싸기로 소문난 일본보다 높다. 대개 임대료는 그 나라 이자율과 비례한다고 볼 때 우리나라 가계의 임대료 수입은 다른 어떤 나라보다 높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국민소득통계를 보면 그렇지 않다. 오히려 낮은 수준이다. 이런 몇가지 지표만 보더라도 우리나라 국민의 실질소득과 지출규모가 우리가 통계로 인식하는 것보다 훨씬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현재의 환율로 환산할 때 우리의 실제 1인당 국민소득규모는 1만달러정도가 아니고 그보다 휠씬 높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1만5,000달러나 2만달러 소득 국가에 상응하는 기술수준이나 생산능력을 갖고 있는가. 그렇지 않다. 다시 말해 우리의 환율수준이 우리 경제실력에 비해 고평가되어 있다. 과거의 각종 지원과 보호정책이 우리 실력보다 고평가된 환율과 구매력을 유지해왔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고평가된 총수요와 구매력하에서의 수입개방과 외환규제완화는 자연히 그동안 억제되어온 해외상품 및 서비스에 대한 수요를 늘릴 수밖에 없고 그만큼 경상수지적자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볼 때 앞으로의 경제정책 방향은 분명해진다. 대외구매력으로 나타난 우리나라의 총수요를 상대적으로 축소하고 우리 수출품의 경쟁력을 제고하는 길은 결국 실질환율의 점진적인 절하를 유도하는데서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국내 총수요를 억제하는 정책을 펴나가야 할 것이다. 환율절하가 가져오는 물가상승압력을 줄이기 위해서도 이는 꼭 필요하다. 그러나 총수요 억제정책은 금리나 민간기업활동에 대한 영향을 고려할 때 통화긴축보다는 재정긴축에 비중을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재정긴축도 기업의 물류비용 감소를 위한 사회간접자본투자 확대의 긴요성을 고려할 때 지출삭감보다는 세수증대를 통해 이뤄져야 할 것이다. 현재 우리 국민의 조세부담률은 다른 나라들에 비해 상당히 낮은 수준이며 이를 우리의 실질소득규모와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물론 이러한 정책추진은 대내외여건에 비춰볼 때 상당한 어려움에 부딪힐 것으로 예상된다. 자본시장 개방폭의 확대는 환율의 실질절하를 어렵게 할 것이고 세수증대는 각 부분의 저항에 직면할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현재와 같은 대내외 경제여건에서는 인위적인 시장개입 수단에는 결코 의지할 수가 없고 거시경제변수의 조정에 의존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잡아나가는 수밖에 없다. 다소 어려움이 있더라도 이러한 정책방향을 잡아갈 때 비로소 문제의 실타래가 풀려나가기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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