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인물 감초역 톡톡… 사건 치중 역사흐름 놓쳐 아쉬움우리 근대사에 「찬란한 여명」은 없었다. 정쟁과 외척의 발호로 허약해진 통치력과 외세에 의한 굴욕적인 개항등 청·일·러 제국주의의 각축 속에서 주권을 상실하는 과정은 오욕으로 점철됐었다.
1866년 미국상선 제너럴 셔먼호의 출현과 위협적인 통상요구에서 1884년 갑신정변에 이르는 길지 않은 기간을 100회에 담은 대하드라마 「찬란한 여명」(KBS1 토일 하오 9시50분)은 좌절의 역사에서도 꿋꿋했던 개화선각자들의 의지에 초점을 맞춘 「긍정적인 역사읽기」이다.
광복절을 앞두고 방송된 지난주(10,11일) 내용은 임오군란의 피해를 따지기 위해 출병한 일본군대와 이를 견제하기 위해 조선에 온 청군사이의 갈등과 이들의 터무니없는 요구에 대한 조정의 분노와 무력한 대응 등이 주를 이루었다. 지난해 9월 방송을 시작, 500년 조선왕조에서 최대 격변기를 치밀하게 조명해온 이 드라마는 이제 종반에 접어든 것이다.
대규모 세트와 보조출연자의 동원, 꼼꼼한 고증을 통해 재현된 역사의 순간순간들은 시청자로 하여금 100여년전 역사를 함께 호흡하게 했고 외세의 제국주의적 성격, 허약한 국력으로 인해 당하는 수모와 분노를 실감나게 전해줬다.
화석화한 역사교과서에서는 느끼지 못할 구체성과 공감을 영상물의 형태로 되살려 놓는 것이 TV사극의 역할이기도 하다. 100부작이라는 긴 호흡과 정통사극이란 성격상 높은 시청률을 올리지는 못했지만 이 드라마는 진지한 시청자들을 몰입시키기에 충분했다.
개화선각자 유홍기, 나중에 「갑신정변」의 주역으로 등장하는 김옥균 박영효등 신진정치세력을 부각시킴으로써 민족의 자긍심을 살리려한 노력은 시청자에게 위안이 됐다. 역사에는 미미하게 기록된 개화승 이동인의 존재를 부각시키고 그와 명성황후를 사상적으로 잇는 효옥이란 가상인물도 재미를 더하는 요소였다.
역시 우리 역사에 「찬란한 여명」은 없었다는 확인과 함께 이 드라마는 또다른 아쉬움도 남긴다. 부분적 묘사와 개별 사건의 전말을 그리려는 노력은 이 시기의 역사가 담고 있는 거대한 의미―격변하는 국제환경에의 적응실패―를 희석화하는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김동선 기자>김동선>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