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슨 철근에 레미콘… 안전 치명적/감리·감독 모습 없고 “빨리빨리”/불확실한 신기술도 쓰고보자식사회간접자본(SOC)사업 부실시공의 심각한 문제는 그 공사가 부실인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경부고속철도나 인천국제공항 서해안고속도로등 굵직한 대형사업은 필수적으로 고도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치밀한 시공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공사현장에서는 반드시 지켜야할 「필수」가 「선택」으로 둔갑한다.
7월말 특별취재반이 목격한 서해안고속도로 안산―안중 공사현장. 현장감독이나 시공사의 현장소장도 없이 노무자 몇명이 손으로 만지면 붉은 녹이 그대로 묻어나올 것 같은 부식된 철근에다 레미콘을 부어 고속도로 양편 보호벽 공사를 하고 있었다. 부식된 철근에다 그대로 레미콘을 타설할 경우 공사후에도 철근부식이 계속돼 부피가 늘어나면서 균열이 생기고 그 사이로 물이 스며들기 때문에 녹을 닦아내고 레미콘을 타설하는 것은 콘크리트 시공의 기초수칙이다.
공사 규정은 레미콘을 만들때 자갈에 묻어있는 이물질을 제거하기 위해 물로 씻어 내는 워싱플랜트(Washing Plant)라는 기계를 사용토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작동치 않고 그대로 시멘트와 섞어 레미콘을 만들어 내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물질이 섞인 레미콘으로 시공한 구조물에서 「안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현장기사들은 『레미콘에 사용되는 자갈을 일일이 워싱플랜트로 씻을 경우 공기를 맞추기 어렵다』면서 『사용해 본 적이 거의 없어 기계의 작동법도 잘 모른다』고 털어놓았다.
워싱플랜트 조차 설치돼 있지 않은 공사현장도 적지 않았다.
콘크리트 시공중 또 하나의 기초적인 작업 수칙은 레미콘의 배합상태와 강도 공기량등을 측정, 적정 강도를 유지하는 것. 그러나 서해안고속도로 대부분 공사현장에서는 이 수칙도 「구호」에 그치고 있다. 멀리는 작업현장에서 차로 30분 정도 떨어진 자체 레미콘 생산공장에서 레미콘을 만든 뒤 강도등에 대한 측정과정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레미콘을 대형트럭에 실어 현장으로 운반한다. 레미콘이 공사현장에 도착한 후에도 강도실험절차를 생략하고 운반도중 상당부분 굳은 레미콘을 교량의 거푸집 등에 그대로 쏟아붓고 있었다. 콘크리트를 타설할 때 입회해야 하는 감리와 감독자의 모습은 더더욱 보기 어렵다. 여기에 레미콘이 굳는 과정에서 생기는 열 때문에 장기적으로 발생하게 되는 균열을 막기위해 외부온도가 35도 이상일때는 콘크리트 타설공사를 하지 않도록 돼 있으나 서해안 고속도로 공사현장 곳곳에서는 35도를 넘는 8월의 폭염속에서도 도로포장 공사를 강행하기도 했다.
이에대해 서해안 고속도로 시행청인 한국도로공사 관계자는 『운반과정에서 레미콘이 굳을것에 대비, 생산공장에서 배합상태 강도 공기량등을 사전 조정하고 있으며 수시로 현장에 나가 공사상황을 지켜보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현실과 동떨어진 변명만 늘어 놓았다.
지역적으로 연약지반이 많은 서해안 고속도로는 도로 양편 절개지나 노반에 대한 충분한 현장조사와 기술검토를 반드시 해야한다. 그러나 개통도 하기전에 벌써부터 적은 강우량에도 절개지와 노반이 무너져 내리는 것은 이같은 기술검토 등도 없이 설계와 시공이 이루어졌음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
경부고속철도 궁현터널구간에는 92년 착공당시 실시 설계자체가 워낙 허술하고 공사때마다 허점이 노출돼 감리단이 설계팀을 데려와 재설계하는 해프닝을 빚기도 했다.
인천국제공항과 경부고속철도의 경우 신기술이 도입돼 공사가 진행중이지만 시공사가 기술적인 확신을 가지지 못하는 상태여서 부실시공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인천국제공항과 경부고속철도 공사에 참여한 업체들은 『현재 시공하는 공법이나 기술이 모두 생소해 영구적인 안전을 보장할 수 있을 지 의문』이라고 한결같이 입을 모으고 있다.
특히 바다를 메워 건설중인 인천국제공항은 활주로나 여객터미널등 각종 시설들이 단단한 지반위에 세워져야 하는데 지반안정화 기간으로 잡고 있는 3∼6개월로는 매립지의 지반이 대형여객기의 착륙을 견딜만한 강도를 확보하기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짧은 기간에 무리하게 지반 안정화 작업을 할 경우 앞으로 부분적으로 지반이 내려앉는 부등침하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또 경부고속철도는 초기에 정치적인 일정에 따라 부실하게 설계돼 교량 부분을 시공하면서 우리나라 시공사측과 고속전철 공급업체인 프랑스의 TGV사측과의 의견차이로 교량시공방법이 바뀌기도 했다.
자재비 절감을 위해 같은 조건의 공사 현장마다 품질이 다른 자재를 사용하기도 한다. 인천국제공항 연육교 교각 공사의 경우 해수 침투에 따른 교각내부의 녹 방지를 위해 특수화학약품으로 처리한 방청철근을 사용하고 있지만 서해안고속도로등 일부공사에는 물에 녹슬기 쉬운 일반철근을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시공사 관계자는 『방청철근이 일반 철근보다 2배 가량 비싼 점도 있지만 철근을 둘러싸고 있는 콘크리트의 두께가 넓어 해수 침투 우려는 없다』고 주장했다. 부실인지도 모르고 부실시공이 이루어 지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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