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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화역사지리학회/터전에 깃든 생활사 탐구(인문학시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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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화역사지리학회/터전에 깃든 생활사 탐구(인문학시대:1)

입력
1996.08.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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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학회 순례/출범 8년에 다양한 학문 아우르는 전방위 학회로/「한국의 전통지리사상」 등 발간 연구 대중화 노력도80년대가 사회과학의 시대였다면 90년대 이후는 인문학의 시대일 것이다. 철학, 문학, 역사, 인류학 등 인간과 인간의 문화를 탐구하는 인문학은 세계적으로 점차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의 인문학은 어떤 수준이며 어떤 학회들이 있는가. 인문학과 인문주의의 중흥을 기하기 위한 시리즈를 시작한다. 활발한 연구를 하고 있는 학회의 활동을 중심으로 인문학 순례를 떠나 본다.<편집자 주>

한국문화역사지리학회는 88년 2월 초대회장 이찬 박사(전 서울대 지리학과 교수)를 중심으로 뜻이 맞는 원로, 소장 지리학교수와 대학원 재학 이상의 연구자들을 회원으로 출범하였다. 당시 학회 이름은 한국문화역사지리연구회였다가 2년후인 90년부터 연구회를 학회로 고쳐 오늘에 이르고 있다. 현재 학회에는 문화·역사 지리학자들 외에 이와 연관성이 있는 역사학, 문화인류학, 민속학, 조경학, 도시경관학, 미술사학, 고지도학, 해양학등 다양한 분야의 전공자들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우리 학회는 이름이 말해주듯, 문화지리연구와 역사지리(historical geography;과거지리) 연구를 2개의 핵으로 삼아 학문활동을 하는 연구자들의 모임이다. 다시 말해 문화와 지리와의 관계, 문화의 지역간 차이, 문화의 분포양상, 개별문화 및 문화요소, 문화경관 등은 물론 각종 과거지리의 복원, 한국지리학사, 전통지리사상, 고지도등의 연구에 힘을 기울이는 학자들의 집단이다.

예를 들어 경북 안동의 하회마을이 탐구대상이 됐다고 하자. 문화역사지리학은 어느 한 측면만을 통해 전체를 바라보려 하지 않는다. 이 마을이 독특한 문화를 형성할 수 있었던 애초의 지리적 여건은 무엇이었는지, 주위환경의 변화에 따라 구성원들의 삶과 문화는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 마을의 저변에 흐르고 있는 정서는 어떤 것인지, 주민들의 의식주생활은 어떠하며 가옥과 같은 문화요소의 특성은 다른 지역과 어떻게 다른지…등등을 종합적이고 입체적으로 탐구한다. 그리하여 탐구대상의 미래의 모습까지 예측해 내는 것을 과제로 하고 있다.

이렇듯 대상을 바라보는 시각과 자료처리과정에서, 회원 다수의 학문적 관점은 계량화 및 법칙, 모델화를 중심으로 하는 실증주의적 사회과학 내지 지리학자들의 그것과는 상당히 다르다. 오히려 이들은 「해석적」 과학쪽에 가까이 다가서 있는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다. 문화·역사지리학자들은 실증주의적 시각에서 흔히 드러나는 각 대상(객체)의 특수성 무시와 모델화의 위험성을 잘 알고 있는데다가, 문화나 역사는 그 성격상 해석적이거나 인간주의적 또는 인문주의적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이 보다 타당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문화와 역사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이 높아지면서 우리 학회도 문화역사지리학의 대중화와 활성화에 힘을 쏟고 있다. 그동안 학회 주최 세미나를 통해 발표된 논문을 모은 「한국의 전통지리사상」(민음사간)이나 서울정도 600년을 기념해 발간한 「서울의 경관변화」 「서울의 옛 지도」등의 저술은 일반 교양인들 사이에서도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문화지리학계는 최근 세계관이나 포스트 모더니즘의 시각에서 문화경관을 해석하기, 문화생태의 지역적 분석, 민속의 지리적 연구, 종교순례지 연구등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런 신경향에 보조를 맞추면서 국내 여러 지역의 문화지리와 문화경관, 실학파 지리학자들의 지리론, 한국인의 지리적 세계관 등을 탐구하는 것이 향후 우리 학회의 관심사가 될 것이다.<임덕순 충북대 교수·지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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