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대생 찌른뒤 도주 범인 추격·격투/“모범 직장인·극진한 효자” 안타까움/30대 회사원… 의사자 예우키로도심 한복판에서 성폭행하려다 반항하는 여대생을 흉기로 찌르고 달아나는 범인을 쫓으며 격투를 벌이던 한 「의로운 시민」이 범인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졌다.
10일 밤 10시30분께 서울 성동구 성수1가에서 성폭행 현장을 목격한뒤 범인과 격투를 벌이다 숨진 최성규씨(32·유타 콜렉숀 영업과장·광진구 중곡동 254의 53)는 부인과 2살난 딸을 둔 성실한 가장이었으며, 61세의 홀어머니를 극진히 모셔온 효자이기도 했다. 더구나 파출소 근무 경찰관을 살해하고 총기를 탈취해가는 등 공권력이 도전을 받고 있는 때에 그가 보여준 참된 시민의 용기는 더욱 값진 귀감이 되고 있다.
최씨가 범행현장을 목격한 때는 직장인 명동 구두매장에서 업무연락을 위해 성수동 본사공장으로 차를 몰고 가던 중이었다. 최씨는 『살려달라』는 여자의 날카로운 비명소리를 듣자마자 차를 세우고 주위를 살펴보았다. 길 건너편에서 이모양(21·D여대2)이 범인 박영곤씨(31·공원·강서구 방화동)에게 붙잡혀 빠져나오려고 안간힘을 다하는 모습이 보였다.
성폭행범이라고 직감한 최씨는 반사적으로 차에서 뛰쳐나왔다. 이 순간 범인은 반항하는 이양의 목과 어깨를 흉기로 찔러 쓰러뜨리고 달아났다. 범인을 잡아야 한다는 일념에 최씨는 지나가던 행인과 함께 추격을 시작했다.
15m가량 달아나던 범인은 갑자기 뒤돌아서며 흉기를 뽑아들었다. 함께 범인을 쫓던 행인들은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섰다. 놓쳐서는 안된다고 생각한 최씨는 행인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용감하게 다가서 범인을 붙잡고 몸싸움을 벌였다. 다급해진 범인은 흉기를 휘둘러 최씨의 배를 3차례 찌른 뒤 인근 주택가 옥상으로 달아났다. 이때 신고를 받고 달려온 경찰이 옥상에서 흉기를 휘두르며 반항하는 범인에게 공포탄 4발을 발사한뒤 격투 끝에 붙잡았다. 그러나 흉기에 찔려 쓰러진 최씨는 이미 숨을 거둔 뒤였다.
소식을 듣고 달려온 직장동료들은 『의로운 일에 앞장서고 솔선수범하는 성실한 직장인이었다』며 최씨의 죽음을 안타까워했다. 최씨는 홀어머니에게 극진한 효도를 해 동네에서 소문난 효자이기도 했다.
기독교신자인 최씨는 부인 조미숙씨(30)와 사이에 2살난 딸을 두고있다. 성동구청은 최씨를 의사상자 보호법에 따라 의사자로 예우키로 했다.<배성규 기자>배성규>
◎김 대통령,유가족 위로
김영삼 대통령은 11일 하오 여대생 성폭행범을 제지하다 범인의 흉기에 찔려 사망한 최성규씨(32·회사원)의 빈소에 비서관을 보내 조화와 조의금을 전달, 고인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을 위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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