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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은 마케팅 성패 풍향계

입력
1996.08.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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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방·찜질방 등 북상 6개월만에 전국 석권/패션·의류도 「선 광복동 후 압구정동」 공략 작전「PK를 주목하라」 전국이 불경기로 몸살을 앓던 91년 2월. 국내 최대의 항구도시 부산의 중심가 광복동에 「비디오케」라는 이름의 노래방이 상륙했다. 지금은 누구나가 즐겨찾는 「국민의 쉼터」로 자리잡았지만 당시만 해도 노래방은 나라를 망치는 「퇴폐의 온상」이라며 여론의 지탄을 받았다. 노래방은 그러나 북상을 거듭해 6개월만에 명동과 압구정동등 서울의 유흥가를 휩쓸어 버렸다. 노래방 열풍이 부산에서 시작됐다는 사실은 국내 마케팅분야에서 부산이 차지하는 중요성을 단적으로 상징한다.

부산은 서울이나 대구 등 내륙도시와는 달리 소비성향이 강하고 문화적 충격에 예민한 도시다. 50㎞ 남짓한 대한해협을 끼고 일본과 인접, 매년 110만여명의 외국인이 부산으로 몰려든다. 퇴폐적인 일본의 TV전파가 여과없이 안방까지 들어와 주민들의 사고방식과 행동에 큰 영향을 미친다. 조변석개하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미리 읽으려는 마케팅담당자에게 부산은 6개월뒤 서울의 모습을 조망케 하는 풍향계다.

「부산에서 성공하면 전국에서 성공한다」는 말은 국내 마케팅업계에서는 경험으로 확인된 철칙이다. 노래방 열풍에 이어 94년부터 신종 건강산업으로 각광받고 있는 찜질방도 부산에서 시작됐다. 94년2월 남포동일대에 찜질방이 한두개씩 생겨나더니 3∼4개월만에 서울로 번져 현재 1,000여개의 업소가 전국에서 성업중이다.

패션계와 의류업계도 부산을 예의주시하기는 마찬가지다. 기업마다 비장의 신제품을 개발하면 패션의 거리인 광복동과 남포동으로 달려가 시제품을 내놓고 반응을 살펴본다. 이곳에 출시된뒤 달포가 흘러도 북쪽으로 바람몰이가 일어나지 않으면 대부분의 경우 본격 출시가 철회된다.

94년 사업다각화를 위해 외국상표를 도입한 이랜드는 부산에서 북상을 시도한 대표적인 경우. 이랜드는 94년 8월 일본의 청바지브랜드 「빅죤」과 프랑스 숙녀복 「꾸레쮸」를 광복동에 시험투입한뒤 서울로 거슬러 올라오는 전략을 구사했다.

부산은 선진 마케팅기법의 시험무대이기도 하다. 부산항을 통해 들어온 새로운 마케팅전략으로 부산에 교두보를 마련한뒤 전국을 제패한 세진컴퓨터랜드는 한국 마케팅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90년 무일푼으로 출발, 6년만에 1,000억원대의 매출실적을 달성한 세진돌풍의 배경에는 한상수 사장(38)이 부산에서 사업을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업계와 학계의 지배적인 평가다.

세진은 제조업체 우위였던 컴퓨터 판매시장에 유통회사 우위의 일본식 판매방식을 도입한 최초의 회사다. 한사장은 1년에 300억원이 넘는 대규모 광고공세와 함께 무상수리 무료교육 평생애프터서비스등 혁신적인 판매기법을 도입했다. 이 역시 「고객만족 위주」의 마케팅개념이 정착된 일본에서 80년대말 성가를 거둔 방법이었다.<조철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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