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 자발적 리콜 결정 주도/“최고 품질 아니면 생존 못한다”한증막같은 무더위가 수은주를 마구 끌어올리던 7월 중순 LG전자(사장 구현홍) 경영진은 사세에 영향을 줄수도 있는 중대현안을 놓고 마라톤회의를 거듭하고 있었다. 올해초 새로 선보인 「싱싱나라」 등 390ℓ이상 용량의 냉장고에서 쌀알 크기의 얼음이 생기거나 냉각기능이 떨어지는 결함이 나타난다는 고객들의 신고가 갑자기 몰렸기 때문이다. 6월말까지만해도 관리목표인 1%대를 유지하던 클레임률이 무더위와 함께 무려 5.7%로 치솟아 비상이 걸린 것이다. 자체조사결과 제품개발시 「온도 30도 습도 85%」를 최악의 조건으로 가상해 시험을 했는데 그 이상의 무더위가 되자 일부 제품에서 이상이 나타난 것으로 확인됐다.
사태 해결방안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공개할 경우 금성사를 시작으로 40년간 힘들여 쌓아온 LG명성에 큰 손상이 가고 제품교환시에는 150억원대 매출손실이 불가피하므로 일상적인 서비스로 해결하자는 임원들도 있었으나 「정도경영」이라는 그룹경영이념을 실천하고 고객들에게 완벽한 품질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결함을 솔직히 인저하고 전면적인 서비스를 해야한다는 반론이 맞섰다. 최고 경영자가 결단을 내렸다. 『초가삼간을 태워서라도 빈대는 잡아야한다』고. 업계 최초로 기업 스스로가 결함을 공개하고 전면적인 보완서비스에 나서 화제가 된 LG전자의 자발적 리콜은 이렇게 결정됐다.
쉽지 않았던 이 결정을 끌어내는데 주도적 역할을 한 장본인이 이 회사 품질담당 김선동 부사장(54)이다. LG전자가 업계 최초로 신설한 품질담당 부사장으로 7월초 취임한 그는 직책에 걸맞게 냉장고의 결함이 결코 그냥 넘어갈 사안이 아님을 직감하고 전면적인 리콜을 주장, 관철시켰다.
『세계 최고수준의 품질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품질문제는 생존전략 차원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김 부사장은 이번 리콜로 회사가 타격을 받을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고객의 신뢰를 높이고 특히 내부적으로 품질향상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는 충격효과가 클 것으로 전망했다.
인하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뒤 곧바로 금성사에 입사, 주로 오디오와 비디오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김부사장은 생산현장에 오래 근무한 탓에 품질에 대한 확신이 몸에 배어있다는게 주변사람들의 말이다. 김 부사장은 『완벽한 품질이 확보되지 않는 한 리콜은 앞으로도 계속될 수 있다』고 강한 열의를 보였다.<배정근 기자>배정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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