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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도 감리도 곳곳 “대충대충”(부실 충격… SOC현장: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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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도 감리도 곳곳 “대충대충”(부실 충격… SOC현장:1­2)

입력
1996.08.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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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근조립순서 무시 “눈대중이 편해”/레미콘 덤프트럭에 운반 강도 의문/정부 검사 “이상무” 안전불감증 심각『공사비가 모자라고 시간도 부족하기 때문에 레미콘을 일일이 레미콘차량에 실어 나르기는 불가능합니다. 덤프트럭으로 운반해도 별문제가 없습니다』 『철근조립순서도가 뭡니까. 눈대중으로 시공하는 것이 훨씬 편합니다』

사회간접자본(SOC) 사업현장에서 쉽게 들을 수 있는 가슴내려앉는 소리들이다.

정부가 90년대들어 국가경쟁력강화의 일환으로 전국 곳곳에서 대규모로 시행하고 있는 SOC사업현장을 찾으면 설계 시공 감리 등 건설 전공정에서 부실의 「악취」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현실을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다.

경기 화성군 비봉면 서해안고속도로 4공구 공사현장. D사와 H사가 지상도로와 교량공사를 맡고 있는 이 지역에서는 구조물의 안전과 직결되는 레미콘을 일반화물처럼 취급한다. 레미콘생산공장과 공사현장까지 차량으로 20여분이 소요되는 데도 레미콘의 응고와 강도저하를 방지할 수 있는 레미콘믹서트럭 대신 덮개도 없는 덤프트럭을 이용하는 위험천만한 장면을 도처에서 볼 수 있다. 덤프트럭으로 운반한 레미콘을 강도실험도 거치지 않고 그대로 시공하는 「편법」도 이미 관행화해 있다.

서해안고속도로 서해대교 공사현장에서는 규정을 어기고 지난해말과 올해초 영하의 기온속에 콘크리트시공이 이루진 것으로 확인돼 부실불감증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특히 서해안고속도로 현장은 대부분 안전시공에 필요한 철근조립순서도와 현장시방서 등을 갖추지 않고 현장근로자들이 과거의 경험만 믿고 임의로 시공하는 행태가 여전하다. 이같은 눈대중시공은 6월 서해대교 철근구조물이 붕괴하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부실시공될 경우 대형참사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SOC사업중 안전시공에 가장 중점을 두고 있다는 경부고속철도도 예외가 아니다.

경부고속철도 시험선구간 공사가 진행중인 충북 청원군 5―2공구에서는 최근 입자가 고르지 않은 불량모래를 사용하다 적발됐고 일부공구에서는 불량모래를 사용하면서도 콘크리트의 강도를 결정하는 배합 및 응고상태 등에 대한 점도검사를 제대로 실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콘크리트의 배합을 촉진하고 적정강도를 확보하기 위해 혼화제 등의 특수화학약품을 사용해야 하는데도 가격이 비싸다는 이유로 이를 레미콘에 첨가하지 않아 적발된 사례도 있다.

지하철공사 현장도 마찬가지다. 올해 1월 개통된 일산선에는 방수처리가 되지 않은 채 부실시공돼 콘크리트구조물 밑바닥이 갈라지고 물이 새는 데도 임시방편으로 땜질공사만 하고 개통한 현장이 3∼4곳에 이르고 있다. 분당선 남대천인근에서도 이같은 현상이 발생했으나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지 않은 채 운행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하철 콘크리트구조물에 방수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을 경우 시간이 갈수록 콘크리트부식과 침하가 발생해 장기적으로 붕괴위험에 처할 우려가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상식이하의 초저가하도급과 허술한 감리·감독은 이같은 부실시공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경기 화성군 향남면 서해안고속도로 6공구의 경우 I사로부터 하도급을 받은 E사는 원도급액의 14.2%인 1억9천만원에 공사를 하고 있다. 원도급액이 실제공사비의 평균 85%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14억원이상을 들여야 안전시공이 가능한 공사를 1억9천만원에 시공하고 있는 것이다.

인근 현장도 20.82%, 33.25%, 43.68%등 하도급액이 원도급액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공사현장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서해안고속도로는 원도급액의 절반정도만 받고 시공하는 하청업체가 전체하청업체의 30%에 가깝다.

초저가하도급은 부실시공으로 직결될 수 밖에 없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더하다. 현장공사를 맡는 하청업체들은 낮은 하도급비를 만회하기 위해 편법으로 공사를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서해안고속도로 6공구의 현장관계자는 『최근에는 현장소장이 원도급액의 60%로 계약된 하도급비보다 많은 비용을 지출해 해고된 적도 있다』면서 『하도급공사가 원도급액의 절반수준에 그칠 경우 90%이상은 하도급업체가 막대한 손해를 보지 않는 한 부실공사가 될 수밖에 없다』고 실토했다.

감리·감독도 형식에 그치는 현장이 적지 않다. 서해안고속도로 중부사업소의 한관계자는 『공구당 7명정도의 감리자가 배치돼 있는 데도 야간공사가 진행되는 밤시간은 물론 낮에도 현장에서 이들을 만나기가 어렵다』면서 『감리사무실을 찾아가도 만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이같은 SOC사업의 총체적인 부실은 경부고속철도 천안역사교각이 개통도 하기전에 붕괴위험에 처하고 인천국제공항과 서해안고속도로에서도 시공된 구조물이 40여차례나 강도가 기준치를 밑돌아 비밀리에 재시공하는 어처구니없는 결과를 낳고 있다.

이처럼 SOC사업이 부실로 치닫고 있으나 정부가 올들어 4월까지 실시한 주요국책사업에 대한 안전점검결과는 「이상없음」 으로 나오는 등 공사발주자 이자 생활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정부측의 부실불감증도 심각한 상황이다. SOC사업 전반에 「제2의 삼풍경고등」이 켜지고 있다.

◎SOC란/경제활동 지원 철도·항만 등 사회간접자본

SOCIAL OVERHEAD CAPITAL의 약어로 물품생산 서비스 등의 경제활동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철도 도로 공항 항만 등의 사회간접자본을 일컫는다. 토지 인력 자본 등이 산업활동의 직접자본이라면 철도 도로 등은 간접자본인 셈이다. 교통과 물류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각종 SOC의 보유규모는 국가별 경제활동의 효율과 경제수준을 나타내는 척도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SOC확충 연한이 일천한 우리나라는 미국등 선진국에 비해 인구당 SOC보유 규모가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정부는 90년대 들어 SOC확충에 주력해 왔고 앞으로 5년동안 이 부문에 20조원을 투자할 방침이다.

□특별취재반

김동영(경제2부) 이동국(정치1부) 황양준(전국부) 배성규(사회1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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