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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51년(김성우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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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51년(김성우 에세이)

입력
1996.08.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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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51주년의 8·15를 맞으면서도 한국과 일본은 여전히 대한해협 건너 저만치에 있다. 해방 50주년으로 새로운 관계를 기대했던 양국의 거리는 그해를 넘기고도 전혀 좁혀지지 않았다. 구 총독부 건물이 헐리기 시작했을뿐 정작 씻어내야할 앙금은 그대로다. 이대로라면 앞으로 또 50년도 아무 기약이 없다. 한국과 일본이 이웃나라라고 해서 꼭 어깨동무하고 지내야하는 것이 천륜인 것은 아니다. 다만 우리는 언제까지나 일제라는 망령의 포로가 될수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피압박의식에서 완전히 해방되지 않는한 진정한 광복은 아직도 멀기 때문이다.그렇다면 한일관계는 어떻게 새로 매듭을 풀어가야 할것인가. 지금까지 두 나라는 서로의 갈등을 정치적으로만 해결하려는데 매달려왔다. 거기에 무리가 있었다. 양국간의 반목은 국민감정의 문제이므로 국민간의 신의와 우정이 먼저 회복되지 않으면 안된다. 이것을 정치에만 기대할수 없다.

『한국과 일본의 불행한 관계는 상호문화의 인식부족 탓이다』라고 생각하는 일본인 학자가 있다. 나는 얼마전 일본을 여행하는 길에 이 사람을 만나봤다. 우메하라 다케시(매원맹). 교토(경도)의 국제일본문화연구센터 초대 소장을 지내고 지금은 이 센터의 고문으로 있는 철학자겸 평론가다.

한국과 일본의 문화는 유사점이 많다. 이것이 두나라 사이를 당길수 있는 어떤 단서가 될는지 모른다.

그는 말한다. 『차이점보다 공통점을 찾는 것이 유익하기는 하지만, 이 공통점을 강조하는 것 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보다 서로의 문화를 잘 모르는 것이 관계를 더욱 어렵게 한다』

중국에서 같은 한자문화를 들여왔으면서도 두나라는 각기 제나라 문자를 만들었다. 그렇다면 공통성속의 이질화가 충돌요인일 것인가. 공통성이 있으면서 이것이 이질화했기 때문에 처음부터 이질적이었던 문화끼리보다 더 충돌하는 것은 아닌가.

『그런 점도 있다. 예컨대 양국 문화가 같은듯 하면서도 가장 크게 벌어지는 것은 한국이 아버지 혈통을 중시하는 부계 사회인데 반해 일본은 부모 양쪽을 같이 존중하는 쌍계사회라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동성동본끼리 결혼을 못하지만 일본에서는 사촌끼리도 결혼한다. 한국인들은 일본인들이 야만인이라고 생각하고 일본인은 한국인을 덜 개화되었다고 믿는다. 이런 이해부족이 상호불신을 낳는다.

한국민의 일본문화에대한 거부감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하루 빨리 여기서 탈피하지 않으면 앞으로 세계적으로 큰 문제들이 발생할텐데 해결하기가 어려워 진다. 일본이 한국문화를 차별없이 수용하고는 있지만 올바르게 이해한다고 말하기 어렵다. 한국이나 일본이나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는 자세가 서로의 편견을 없애기 위해 가장 중요하다』

일본에 간김에 또 한사람의 학자를 대면했다. 도쿄(동경)대학의 문화인류학 교수인 이토 아비토(이등아인). 한국어가 유창하고 「더 알고 싶은 한국」이라는 저서가 있는 한국통이다.

한일간의 간단없는 불화는 문화가 부딪치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일 것인가. 『민족의식 국가의식이란 것도 문화와 결부된 것이라 할 수 있다』

한국인들은 일본문화의 원류가 한국이라고 자부한다. 그러면서도 일본문화의 역수입을 꺼려한다. 정치적 이유만일까. 아니면 문화의 폐쇄성일까.

『한국인은 예부터 문화의 전통성을 강조해왔다. 또 뭔가 보편적이고 공통적인 문화의 지표를 가지고 자신의 정체성을 살리려는 경향이 있다. 치마 저고리같은 복식이나 김치같은 음식만 봐도 그렇다. 어느 계층이나 어느 지역이나 어느 시대나 같다. 같은 것을 가지고 역사를 넘어서 자기를 정체화하려고 한다.

일본은 전혀 다르다. 외국문화를 일찍 개방해왔지만 별로 위기감없이 받아들여 일본 것으로 만들고 국내적으로는 지역마다 특색있는 다양한 문화로 분화시켜 왔다.

한국은 단일민족이라는 민족의 동질성 때문이랄까, 다른 문화를 가지고 같이 사는 관념이 부족한 것 같다. 물론 문화가 내포하는 정치적·경제적 측면을 무시할수는 없다. 그러나 한국같이 내셔널 아이덴티티가 너무 강하면 다양한 가치를 존중하는 국제사회에 적응하기가 어려워진다』

일본의 고가집인 「만요오슈우」(만엽집)는 한국의 고대언어를 모르고는 완전히 해독되지 않는다. 한일간의 공동연구가 필요하다. 한국과 일본의 관계개선은 이런데서부터의 접근이 지름길이 될 수 있다. 문화적인 협력과 교류를 통해 국민간의 이해를 높이는 것이 정치적인 해법보다 더 근원적이고 더 빠른 방법이다.<본사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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