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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타이완」 사라져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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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타이완」 사라져 간다

입력
1996.08.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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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당 군인들이 일군 홍콩내 반중운동 거점/정청 「중국화정책」 등으로 500여명만 남아「레니스 밀(레니의 방앗간)」은 홍콩 구룡(주룽)반도 동쪽 해안에 자리잡은 친대만계 중국인 집단촌이다. 49년 국공내전에서 패한 국민당 소속 군인들 일부가 정착해 마을을 일구었다. 이 마을은 80년대 말까지 3만여명이 거주하며 홍콩내 반중국 운동의 구심점 역할을 해 「리틀 타이완」으로 불린다.

그러나 이 마을은 내년 7월1일 홍콩주권의 중국반환이 다가오면서 겨우 500여명만 남은 폐허로 변해 가고 있다. 주권반환과 양안관계 변화에 따른 홍콩 거주 친대만계 중국인의 위상을 극명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주민들이 이곳을 떠나기 시작한 것은 중·영간 홍콩주권 반환협약이 맺어진 4년뒤인 88년부터. 홍콩정청이 레니스 밀을 재개발한다며 이주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주민 대부분은 평당 보상금 900달러(72만원)를 받고 떠났다.

그러나 나머지 주민들은 『정청이 중국당국과 마찰을 피하기 위해 고의로 친대만계 마을을 파괴하려 한다』며 반발, 이주를 거부하고 있다. 이들은 올해 초 보상비 인상을 요구하며 법원에 제소했고 지난달 말에는 「이주 반대」시위를 벌여 경찰과 충돌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의 투쟁도 오래 가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좌·우이념에 무관심한 2∼3세 자녀들이 부모의 뜻에 동조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 자녀들에게 우선적인 관심은 중국과 대만의 구별이 아니라 직장과 돈벌이다.

대만 정부의 태도변화도 남은 사람들의 용기를 꺾고 있다. 대만은 6월부터 국민당 소속 퇴역병사들에게 매달 지급해 오던 연금을 끊었다. 그러자 일부 주민들은 『대만도 믿을 수 없다. 대만은 우리보다는 중국과의 관계강화에 더 신경쓰고 있다』고 말한다.

한때 청천백일기로 물결쳤던 레니스 밀의 쇠락은 「홍콩의 중국화」의 순조로운 진행을 보여주는 또 다른 단면으로 해석되고 있다.<배연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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