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히트」/명배우 탄탄한 연기 눈길… 연출력엔 한계(영화평)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히트」/명배우 탄탄한 연기 눈길… 연출력엔 한계(영화평)

입력
1996.08.12 00:00
0 0

「히트」는 완전 범죄를 꿈꾸는 갱과 그를 쫓는 형사의 대결을 다루는, 새롭지 않은 소재의 영화이다. 그런데도 이 영화에 주목하게 되는 것은 알 파치노와 로버트 데니로라는 당대의 명연기자들이 연기대결을 벌이기 때문일 것이다. 두 명배우를 처음으로 한 화면 속에 담는 행운을 잡은 감독은 수십편의 TV범죄 시리즈물과 영화 「라스트 모히칸」을 연출했던 마이클 만감독이다.카리스마적인 느낌마저 갖게 되는 두 연기자는 표면적으로 대조적인 기질을 가진 캐릭터로 묘사된다. 닐 맥컬리(로버트 데니로 분)는 냉정하고 침착하게 범죄를 행하는 차가운 이성의 소유자이다. 빈센트 한나(알 파치노 분)는 쉴새없이 감정을 터뜨리고 집요하게 범죄자를 쫓는 격정적인 성격이다. 이들의 운명적인 승부의 장이 LA의 건조한 낮과 밤을 배경으로 상대의 의중을 읽어내는 지적 게임에 긴박한 액션이 가미되어 펼쳐진다. 범죄자와 형사의 대결을 다루는 전통적인 할리우드 영화는 선과 악의 이분법적 캐릭터를 만들고 쉴새없는 액션에 의존해 극의 흥미를 높여간다. 「히트」는 이러한 이분법의 도식성을 거부한다.

닐과 빈센트는 단 한번의 대화를 나누고 종국에는 피할 수 없는 대결을 하게 되지만, 이미 승패를 떠나 서로 깊은 동질감을 갖게 된다. 닐을 쓰러뜨린 빈센트의 눈에 가득 고인 눈물을 잡아낸 클로즈업은 빈센트의 쓸쓸함과 연민의 복잡한 감정을 드러낸다.

평범하지 않은 직업과 삶의 방식에 철저하게 매몰되어 있는 서로의 닮음에 대해 본질적으로 공감하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영화는 현란한 액션보다는 캐릭터의 내면적 갈등과 관계의 해석을 표현해 내는데 주된 관심을 두고 있다. 이것은 또한 대중의 호감을 확보할 수 있는 연기자들의 내면연기의 힘과 세밀함을 이끌어내려는 계산이기도 하다.

두 배우의 탄탄한 연기력은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이자 장점일 것이다. 그에 비해 무게와 밀도가 한단계 더 도약하지 못한 연출력의 한계는 아쉬움으로 남는다.<편장완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