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법정에서 판사와 변호사들의 몰상식한 언행이 난무, 이를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미국 법정에서는 혐의사실을 부인하는 일부 형사 피고인이 소란을 피우는 경우는 종종 있었지만 판사와 변호사들은 비교적 품위를 지키고 있다는 평을 받아 왔다. 그러나 법정의 권위를 스스로 지켜야 할 이들의 행동이 갈수록 무례해지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최근 워싱턴 DC 변호사회가 회원 1,46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는 상식을 뛰어넘어 충격적이다. 이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절반 이상은 재판도중 판사나 변호사의 무례한 행동을 경험했다. 74명의 판사들을 대상으로 별도 조사한 결과는 더욱 심각해, 응답자의 80%가 변호사들이 기본예의조차 지키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판사들은 변호사들의 대표적인 무례한 언행으로 거짓말, 지나친 흥분, 시장바닥을 연상케 하는 욕설을 꼽고 있다. 또 불리한 경우 두통등을 호소하거나 못들은 척하기, 똑같은 말 반복하기등도 잦다고 밝혔다. 한 판사는 『변호사들이 서로 인간적 모멸감을 자극하며 심한 말싸움을 벌여 재판을 중단한 적도 있다』고 답했다.
변호사들도 판사들이 너무 쉽게 화를 내고 똑같은 질문을 되풀이하거나 심지어 재판도중 졸고 있는 사례가 적지않다는 등 엇비슷한 불만을 터뜨렸다.
이같은 현상은 워싱턴 DC에 국한되지 않고 있다. 텍사스주의 한 연방법원 판사는 최근 도가 지나칠 정도로 무례하게 행동한 피고인측 변호인을 퇴정시키기도 했다.
소송천국인 미국의 변호사들이 이처럼 법정에서 무례한 행동을 일삼는 가장 큰 이유는 지나친 경쟁 탓이다. 관계자들은 변호사들이 재판결과에 따라 「전부 아니면 전무」식의 수임료를 받으므로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빠져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이같은 이유로 상식밖의 행동을 해서라도 의뢰인을 만족시켜야 한다는 풍조가 확산되고 있으며 결국 막무가내로 상대방을 몰아붙이는 「람보식 변호」가 중요한 능력으로 여겨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미국의 37개주 변호사회 고문단은 최근 변호사들이 법정에서 품위를 지키도록 하기 위한 자체규정을 마련키로 하는 등 대책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또 텍사스주는 변호사들의 반론권을 제한하는 규정을 만들기로 하는 등 자신들의 실추된 위신을 만회하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움직임에 대한 변호사들의 반대도 만만치 않다. 글렌 루이스 변호사는 『기존의 법정질서유지법으로 충분하다. 비열하게 이길 바에야 차라리 당당하게 지는 게 낫다는 직업윤리를 회복하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뉴욕=이종수 특파원>뉴욕=이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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