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전금철·김정우도 관여 대화복원 추정/관계개선 가시적 조치 월내 나올지 주목 여러가지 설이 분분했던 남북 북경(베이징) 비밀접촉이 사실로 확인됐다. 실무급 접촉이긴 하지만 4자회담이 답보상태에 빠져 있는 등 남북관계가 정치적으로 경색돼 있는 상황에서 비밀접촉이 이뤄졌다는 것은 나름대로 의미를 지닌다. 지난해 쌀회담 이후 단절된 것으로 알려진 대화 채널이 복원·가동되고 있음을 말해 주기 때문이다.
통일원 등 정부 당국은 그동안 공식적으로는 『남북 비밀접촉은 없다』고 사실자체를 부인해 왔다. 북한도 5일 중앙방송을 통해 보도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발표에서 『특사 비밀협상은 있어 본 적도 없고 지금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비밀접촉설은 미국 「유에스 뉴스 앤 월드 리포트」, 군사전문지 「제인스 인텔리전스 리뷰」, 일본 NHK 등 외국 언론을 통해 구체적으로, 줄기차게 보도돼 왔다. 국내 언론과 대북 전문가들도 남북 비밀접촉이 진행중에 확인된 적이 없었다는 사례를 들어 그 개연성을 수긍하는 분위기였다.
이번에 접촉한 남북한 대표단은 각각 5명씩으로 구성돼 있다. 북측에서는 대외경제협력추진위 부위원장인 김문성이 단장을 맡았고 우리측 대표단은 통일원·재경원 등 관련 부처의 국장급 인사들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관계자 등으로 구성됐다. 이번 접촉에서 특이한 점은 북한의 강관주 노동당 통일전선부부부장이 장외에서 북한 대표단을 「지휘」했다는 사실이다. 당의 부부장이라면 행정부의 차관급에 해당된다. 북한측이 이번 접촉에 쏟은 깊은 관심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남북한 대표단은 21일을 전후 북경에서 다시 만날 약속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북경 쌀 회담의 주역이었던 홍지선 KOTRA 북한실장도 지난달 북한의 전금철대외경제협력추진위 고문과 북경시내 장부궁(창푸궁)호텔에서 비밀회동을 가졌고 나진·선봉 투자 해외설명회를 마치고 귀국길에 오른 김정우 대외경제협력추진위원장, 김정일의 경제 브레인인 김수용 김일성종합대학 경제학부 교수 등과도 접촉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남북 접촉이 물밑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은 남북관계개선의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우리의 정세 인식과 식량난 해결, 나진·선봉 투자유치 등 경제적 지원이 시급한 북한의 필요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식량난에서 다소나마 숨을 돌릴 수 있는 추수기 이전에 남북 접촉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다. 대통령의 8·15기념사에서 획기적 대북 제안이 발표될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남북관계가 일정 부분 교감이 이뤄지고 있다는 징후는 여러 군데서 감지된다. 우리 정부의 대북 3백만달러 지원 발표, 우리 기업인들의 나진·선봉 투자 설명회 참가, 권오기통일 부총리의 대북 수해지원 시사, 소설가 김하기씨에 대한 북한의 이례적 태도 등이다. 북한은 경수로협상에서도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경색국면의 타개 필요성을 느낀 남북 당국이 경협분야에서 단서를 찾아 실무 접촉을 하고 있다고 볼수 있다. 그러나 남북관계의 특성상 실무접촉이 고위접촉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남북문제 관측통들은 이달안에 남북관계를 한단계 높일 수 있는 가시적 조치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북경=송대수 특파원>북경=송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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