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강원도 영서 및 경기북부 전방지역의 대홍수로 군부대에서 폭발물이 대량 유실돼 수해지 일대에 폭발물경보가 내려졌다. 폭발물중 가장 위험한 것은 밟기만하면 터지는 지뢰이다. 이미 강원도 화천에서 낚시꾼이 발목지뢰를 밟아 부상한 사건이 있었고 임진강수계에서 지뢰가 속속 발견되고 있다. 그중에는 북한에서 떠내려 온것도 있다고 한다. 강변 뿐만아니라 침수주택의 앞마당에서까지 지뢰가 나와 가뜩이나 수심에 차있는 수재민들의 일상은 지뢰밭을 걷듯 조마조마하다. 중국 명나라때 이미 실전배치됐다는 기록이 있을 만큼 지뢰의 역사는 오래다. 금세기들어 2차례의 전쟁을 치르면서 지뢰기술도 비약적으로 발전,현재는 핵지뢰까지 나왔다. 유엔과 국제적십자사에 의하면 현재 지구상에 묻혀있는 지뢰는 60여개국에서 1억1,000만개로, 매년 1만명이 지뢰로 죽고 1만5,000명이 불구가 돼 가고 있다. 한달에 2,000명 이상이 지뢰로 살상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
이때문에 지난 5월 제네바에서 세계 53개국 대표들이 「대인지뢰제한 협약」을 채택했다. 대전차지뢰는 민간인을 직접 살상케할 확률이 적기 때문에 협약대상에서 제외됐다. 이 협약에따라 내년 1월이후 제작되는 지뢰는 탐지가능한 신호를 발산하는 장치를 내장해야하며 설치후 30일이내에 자체파괴될 확률이 90%를 넘어야하고, 120일 후에는 터질확률이 0.1% 이내가 돼야한다.
미국의 클린턴 대통령은 이 협약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면서 한국의 비무장지대와 미군훈련용 지뢰는 예외로 인정했다. 전쟁이 나서 수많은 생명이 살상당하는 것보다 비록 소수 사람의 희생이 뒤따르더라도 지뢰가 전쟁을 막아주기에 필요하다는 논리였다. 휴전선 양쪽에는 6.25전쟁때 이후 반세기 가까이 줄곧 지뢰가 매설돼왔다. 구형에서 최신형까지 각종 지뢰의 집합장인 셈이다. 장병들의 지뢰피해 통계는 공개된게 없지만 산나물을 캐러갔다 죽는등 민간인 피해는 간간 보도됐다. 야생동물들의 희생은 더 클 것이다.
천재지변에 의한 것이긴 하나 지뢰로인해 수많은 민간인의 안전이 위협받는 상황이라면 뭔가 문제가 있다. 휴전선 지뢰의 전쟁억지력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민간의 피해를 최소화 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지뢰가 총기이상으로 엄격하게 통제돼야할 무기임을 일깨운 것은 수해가 남긴 또다른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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