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수지·성장」 원칙대처가 “묘책”/대선 앞둔 상황 의식한 단기부양책 부작용만 초래/고비용 저효율 개선 중점 우직한 장기적 정책 필요 한승수 경제부총리가 이끄는 새 경제팀이 9일 공식출범했다. 경제팀에 부여된 두가지 숙제, 「경제위기 돌파」와 「경제구조 개혁」은 한국경제의 미래가 담보된 아주 중대하면서도 풀기 어려운 과제들이다. 현정부 출범이래 벌써 5기째가 되는 한승수경제팀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기대가 그만큼 큰게 사실이다. 선진국의 문턱에서 「위기」와 「전환기」를 동시에 직면한 우리 경제의 숱한 현안들을 새 경제팀이 어떤 해법으로 풀어가야 할지 조명해본다.<편집자 주>편집자>
한승수 경제팀의 「출생환경」은 아주 열악하다.
들먹거리는 물가, 눈덩이처럼 불어만가는 경상수지 적자, 급격한 위축조짐을 보이는 성장등 연초만 해도 모두 잡을 것처럼 보였던 「세마리토끼」는 어느새 「사정권」밖으로 벗어난 상태다. 경제활동의 최종 성적표인 경상수지 성장 물가가 일제히 적신호를 나타내는 「위기」상황에서 출범한 만큼 새 경제팀에 부여된 제1명령은 당연히 「경제위기 타개」이다.
위기가 실체인지, 과대포장된 것인지는 검증이 필요하지만 지표가 나빠지고 국민불안이 증폭된 것은 사실이다. 물가의 경우 어떤 일이 있어도 연간 억제목표선(4.5%)은 지킨다는게 정부방침이나 늦어도 내달중엔 억제목표선(4.5%) 돌파가 확실시되고 이후에도 지방공공요금등 중앙정부의 통제를 벗어난 생활물가는 줄줄이 인상을 기다리고 있다.
위기를 주도하는 경상수지적자 행진은 더욱 심각하다. 60억달러→70억달러→120억달러로 적자목표는 수정에 수정이 거듭됐지만 이미 상반기에 93억달러적자를 냈고 지난달엔 수출이 마이너스로까지 돌아서는등 현재로선 재수정 전망치조차 또다시 고쳐야 할 형편이다.
그나마 여유있던 성장도 점차 비관론이 득세하고 있다. 냉각된 민간투자심리에 해빙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산업생산은 3%대까지 곤두박질쳤다. 정부는 여전히 7%대성장과 연착륙을 자신하고 있지만 민간의 예측은 정반대다. 확실히 「세마리토끼」는 달아나고 있고 잡지 않으면 안될 상황이다.
이에 대한 새 경제팀장의 시각과 처방은 아주 원칙적이다. 한부총리는 『경제가 어렵지만 위기는 아니다』란 전제위에 『경제에 묘책이란 없고 우직하게 시장원칙을 따라갈 뿐이다』 『단기대책에 너무 골몰하면 긴 안목이 없어진다』 『부작용 많은 조기부양책은 쓰지 않겠다』고 말했다. 나아가 『전임 부총리의 경제철학을 존중한다』면서 ▲산업구조조정 ▲통일대비기반구축 ▲개방경제체제전환 등을 역설했다. 이 말만 보면 새 경제팀도 일단 ▲물가안정 최우선 ▲고비용―저효율 개선 ▲생산성제고를 통한 경제거품 제거등 안정론에 입각한 전임팀의 근본처방주의를 승계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나웅배 경제팀의 퇴진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경제위기는 오랜 경제구조왜곡의 결과였고 여기서 단기처방은 오히려 허약체질에서 최소한의 자생력마저 빼앗는 격이었다. 이 점에서 나웅배경제팀은 미숙한 위기대응에도 불구, 옳은 방향을 걸었다. 그렇지만 이 때문에 「세마리토끼」는 놓쳤고 그래서 8개월만에 중도하차하고 만것이다.
경제의 결과는 지표로 반영되지만 지표의 결과는 정치로 나타난다.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최악의 경제지표를 보고도 「장기대책」만을 운운할 인내있는 정부는 세상에 없다. 비록 한부총리가 자본주의 본고장(영국)서 수학한 시장주의자이고 이석채 경제수석도 늘 「시장원칙」을 강조해왔다고는 하나 경제철학과 현실경제는 다른 것이고 「정치계절」의 경제팀장으로서 시장논리만 고집할 만큼 감각이 「무딘」사람들은 더욱 아니다. 『곧 보이든 보이지 않든 부양책은 나올 것이며 머지않아 지표는 확실히 개선될 것』이란 관측이 대두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경제위기는 단기부양책으로 해결될 성질이 아니다. 환율절하로 경상수지를 잡고 소비를 부추겨 성장을 끌어올리고 행정력으로 물가를 짓누른다면 당장의 지표야좀 나아지겠지만 위기구조는 더욱 악화할 뿐이다. 좀더 조이고 좀더 인색해짐으로써 거품을 빼는 작업이야말로 새 경제팀에 요구되는 덕목이다.<이성철 기자>이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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