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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언의 배경」 경계한다(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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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언의 배경」 경계한다(사설)

입력
1996.08.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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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정치가들의 망발병이 패전의 달 8월을 맞아 다시 도지고 있다. 가지야마 세이로쿠(미산정륙) 일본관방장관은 『한반도 유사시 일본에서 남북한 조직간의 게릴라전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듣기에도 끔찍한 폭언을 했다. 정부대변인이 그렇게 몰상식한 발언을 할 수 있는지 저의를 의심하게 된다. 그의 폭언은 재일교포 분열조장에 그치지 않고 『(한반도가 통일이 되면) 한국은 피폐해지고 식민지시대의 배상을 다시 들고 나오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고 한반도 통일을 달가워하지 않는듯한 속마음을 내비치기까지 했다. 있지도 않은 상황을, 그것도 최악의 방향으로 상정한 일본 정치가의 무례와 악랄함에 전율을 느낀다.

 유사시에 대비한 법률제정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지만 한반도 통일 등에 대한 일본의 인식을 엿보는 듯 하다. 그간 수없이 강조해 온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은 어디 가고 공식석상에서, 그것도 장관의 입에서 그런 말이 서슴없이 나올 수 있는지 의아할 따름이다.

 일본인은 재일한국인을 「돌출분자」로 보기 이전에 이들이 일본에 살게 된 역사적 배경을 알아야 한다. 그들은 일본의 침략전쟁의 희생자들이다. 이들이 「무장 게릴라가 될 수 있다」는 궤변엔 「한국인이 폭동을 일으켰다」고 조작해 한국민을 학살한 관동대지진때의 악몽을 되살리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폭언이 우연히 불거져 나왔다고는 볼 수 없다. 현재 일본엔 지난 침략전쟁을 반성하기는커녕 이를 정당화하려는 우익바람이 거세다. 지난 1월 하시모토(교본룡태랑)정권이 들어선 후 더욱 기승을 부리는 우익바람이 이러한 폭언의 뒤에 도사리고 있다.

 독도는 일본영토란 망언이나 하시모토총리의 야스쿠니신사 공식참배나 이번 폭언이나 모두 맥락을 같이 한다. 그렇지 않아도 정신대에 대한 국가배상을 거부하고 민간기금으로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기금대표들이 한국을 방문, 떳떳지 못한 활동을 하고 간후 한국국민들의 감정이 많이 상해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모욕적이고도 한일우호관계의 근본을 뒤흔드는 폭언까지 하는 일본을 어떻게 봐야 할지 심히 헷갈리고 답답하다. 사과했다고 가볍게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정부는 이번 폭언이 배타적 경제수역(EEZ)경계선획정 교섭을 앞두고 나왔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한일간에 큰 문제가 생기면 망언으로 한국을 자극하고 사과하는 것이 일본 정치가들의 상투수법이었다.

 일본은 재일한국인을 「예비게릴라」로 보는 그릇된 역사 인식으로는 한일우호도 전후처리도 이뤄질 수 없고 진정한 선진국도 될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 일본의 침략전쟁이 역사에 얼마나 깊은 상처를 남겼나를 직시하고, 뒤틀린 역사인식을 바로잡는 것이 패전 51주년을 맞는 일본의 책무임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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