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세기 역사적 사건 재조명/베를린장벽 붕괴 등 관련자 인터뷰·뒷얘기 수록한 기자가 동독주민의 해외여행문제를 질문했다. 당 선전담당인 귄터 샤보브스키 정치국원(62)은 주머니에서 메모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동독주민은 외국으로 여행해도 좋다. 특별한 조건은 없다. 여권과 비자는 신속하게 발급될 것이다. 이 조치는 지금 즉시 발효된다』 ―89년 11월9일 동베를린 프레스센터에서의 기자회견이었다. 회견내용은 「해외여행에 관한 새로운 조치」로 불리게 된 동독국경 개방선언이었다.
12일 도서출판 새로운사람들이 출간할 「20세기의 드라마」(전 3권)는 탈냉전시대의 서막이자 20세기 최대의 사건인 베를린장벽의 붕괴가 사실은 한 정치국원의 오해로 앞당겨 졌다고 밝히고 있다. 샤보브스키는 말한다. 『그건 내 잘못이었다. 기자회견을 하기 전에 내무부가 11월10일 발효될 새 조치를 발표했으므로 기자들이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씌어 있는대로 답했다』 이 회견이 알려지자 즉시발효로 오해한 100만명 이상의 동독주민이 국경으로 몰렸고, 그 바람에 국경은 예정보다 하루 빨리 개방됐다. 실수가 빚어낸 역사의 의외성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20세기의 드라마」는 제2차 세계대전이래 반세기에 걸친 세계사의 전환점을 되돌아보고 오늘의 시각에서 재조명한 책이다.
일본 요미우리(독매)신문이 연재했던 기획물 「현대사 재방」을 묶은 책은 109가지 항목을 선정, 사실을 재정리하고 현장에 있었던 당사자, 관련자 인터뷰를 토대로 역사의 이면과 당사자들의 속내를 보여주고 있다. 1권 「창조와 광기의 역사」는 혁명 전쟁 문화 환경, 2권 「20세기의 꿈과 현실」은 정치 경제사건의 의혹및 진실, 3권 「21세기를 향하여」는 인권 이데올로기등을 다뤘다. 케네디 암살, 마릴린 먼로의 죽음, 비틀스, 파리의 5월혁명, 베트남 통일, 간디 암살, 달착륙, 문화대혁명, 페레스트로이카(개혁정책), 우주왕복선등. 항목마다 관련 연표와 인물등을 싣고 새로 드러난 사실에는 따로 해설을 붙였다.
페레스트로이카항목에서는 개혁기수 고르바초프의 이중성이 드러난다. 「병사들이 문을 두드리고 있습니다. 방송이 들립니까? 내 목소리가 들립니까?」 91년 1월13일 새벽 2시8분 리투아니아의 수도 빌뉴스. 고르바초프의 명령을 받은 소련전차부대가 텔레비전 방송국에 들이닥쳤다. 공화국독립 요구에 대한 무력진압의 시작이었다. 글라스노스트(개방정책)의 첨병이었던 「모스크바 뉴스」지는 3일후 「빌뉴스의 피의 일요일사건은 민주주의를 총살하고 말았다」는 성명을 내고 고르바초프와의 결별을 선언했다.
한국에 관한 것으로는 제주도 4·3사건, 4·19혁명, 7·4남북공동성명, 전두환시대등 4건이 나온다.<여동은 기자>여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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