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역사지만 “어린이 교육자료”/일제때 만주 유랑민 딸이 겪는 수난사그림이야기 「폭죽소리」(길벗어린이간)는 우리 아이들에게 꼭 한 번 읽으라고 권하고 싶은 보기 드문 좋은 책이다. 이 책이 96볼로냐도서전 픽션 일러스트레이션 부문 우수작이라는 딱지가 붙어서가 아니다. 첫째는 이것이 번역한 책이 아니고 이야기를 쓰고 그림을 그린 사람이 모두 우리 동포인 까닭이고, 둘째는 이 책이 지난 날 우리 겨레가 살아온 역사를 아이들에게 아주 생생하게 보여 주어서 훌륭한 겨레교육의 자료가 되겠다는 생각 때문이고, 셋째는 글과 그림이 잘 어울려 아이들에게 깊은 감동을 줄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는 일제시대에 우리 농민들이 땅을 잃고 왜놈들에게 쫓겨 먹고 살 길을 찾아 압록강 두만강을 건너 만주땅으로 갔을 때, 그 부모를 따라간 한 여자아이가 받게 되는 온갖 끔찍한 수난의 이야기로 되어 있다. 이 아이는 농사를 짓는 사람들이 목숨과 같이 여기는 씨앗―조 한 되에 청인(중국인) 부잣집에 팔려 가 종이 되어 온갖 학대를 받는다.
그 때는 중국인들도 가난하게 살았지만 더러는 땅을 많이 가지고 종을 부리면서 살기도 했기에 우리 유랑인들 가운데는 그 낯선 땅에 가서도 자식을 팔아서 목숨을 이어가는 이들이 있어 그 참담한 삶은 말로 다 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이러한 우리 동포들의 온갖 기막힌 역사는 여러 소설가들의 작품에서 어느 정도 다루기는 했지만, 어린 아이들이 겪은 이야기로, 아이들이 바로 읽거나 들을 수 있는 이야기로 되어 나온 작품은 지금까지 거의 없었다. 이 점에서도 민족교육의 중심이 되는 자리에 있어야 할 우리 아동문학이 제 노릇을 하지 못했다고 아니할 수 없다.
이 이야기의 마지막은 이야기의 주인공인 아이가 그 엄청난 고난의 수렁에서 벗어나 부모와 같은 겨레가 모여 있는 곳으로 탈출하는 희망을 보인다. 그래서 눈물겨운 감동과 동화다운 기쁨을 안겨 준다.
다만 글에도 그림에도 문제는 있다. 「문으로부터 하얀 김이」는 「문에서 하얀 김이」로, 「남강이라 불렀다」는 「남강이라 했다」로 써야 우리 말이 된다. 일제시대 만주로 갔던 농민의 아이가 하는 말인데 「엄마 아빠」로 된 것도 잘못되었고, 염소가 우는 소리를 송아지 울음소리로 적은 것도 잘못이다. 그리고 어려운 말은 풀이를 해 놓아야 할 것이다. 그림에서는 개를 그려 놓은 것이 좀 사나운 늑대처럼 느껴진다. 내가 잘못 본 것일까?<이오덕 아동문학가>이오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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