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책 최소화 정책기조는 유지/당정 등 전면 개편 연말로 미뤄김영삼 대통령이 8일 단행한 부분개각의 핵심은 경제부총리와 청와대경제수석의 교체에 있다. 신설된 해양부의 초대장관을 임명하는 것을 계기로 내각과 청와대비서실의 경제사령탑을 한꺼번에 바꿔버린 것은 김대통령이 작금의 경제상황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올초부터 수출부진과 경기침체등으로 인해 비롯된 경제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경제팀의 고삐를 바싹 조임으로써 분발을 촉진시키겠다는 김대통령의 의지가 바로 이번 「8·8부분개각」을 통해 확인된 것이다.
그러나 이번 개각은 지금까지 유지해온 국정운영의 전체적인 틀을 가급적 손대지 않는 범위에 국한시켰다는 점도 유의해볼 필요가 있다. 경제정책에 관해서도 경제팀의 사령탑을 교체하기는 했지만 당장 정책기조의 근본적인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게 유력한 관측이다. 경제부총리의 교체에도 불구하고 경제부처 장관중에는 한사람도 문책성 인사를 당하지않았다는 점이 바로 이를 반증하고 있다. 즉 김대통령이 정책상의 잘못을 지적한 것이라기 보다는 경제팀이 열심히 일하지않았다는 평가를 내린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당정 및 청와대비서실등 여권진용의 전면적인 개편은 내년 대선을 대비하고 집권후반기의 국정운영을 위한 연말개각으로 미루어졌다. 이와 함께 경제사령탑 이외에는 최근 물의를 빚어왔던 정책집행상의 혼선등에 대한 책임추궁도 하지않았다는 것 또한 연말개각을 염두에 둔 것이다. 특히 야당에서 주장해온 국방부장관의 인책에 대해 전혀 고려치 않은 것은 국정운영에 있어서 야당의 공세에 흔들리지 않겠다는 김대통령의 자세를 보여주었다.
새로운 경제팀의 최대 과제는 단연 경기회복과 내년의 대선이다. 전임 나웅배경제팀은 물가안정을 최우선으로 내세우면서 최근 우리 경제가 부진을 보이고 있는 근본 원인이 고비용·저효율구조에 있다며 단기적이고 대증적인 처방보다는 중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함을 강조했었다. 그러나 이번 경제팀 교체로 이같은 경제정책운영에 다소간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총론은 그대로 이어갈 것이지만 각론에서는 다른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경기가 본격적인 하강국면에 진입한 가운데 경상수지 적자규모는 갈수록 늘고 있고 물가는 정부의 범부처적인 억제노력에도 불구하고 가파르게 뛰고 있다. 그러다 보니 국민이 실제로 느끼는 「피부 경기」는 각종 경제지표 이상으로 악화하고 있고 성장 또한 정부가 장담하는 7%선에 못미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성장 물가 국제수지라는 세마리 토끼중 한마리도 제대로 잡지못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내년에는 선거를 치러야 하기 때문에 새 경제팀은 우선 경기를 부양하기 위한 정책을 시행하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우리 경제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원인이 구조적 문제점에 있는 만큼 환율조정이나 통화의 신축적 공급, 인위적인 금리인하 조치 등 당장 효과를 볼 수 있는 정책은 물가불안 등 많은 부작용을 가져와 한계가 있어 이를 어떻게 슬기롭게 시행하느냐가 관건이다. 잘못하다가는 경기연착륙은 커녕 저성장·고물가라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기업경영의 투명성 제고를 핵심으로 하고 있는 신재벌정책과 신노사정책, 경제력집중 완화를 주요내용으로 대폭 개정될 공정거래법 등 재계 및 근로자뿐 아니라 국민생활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각종 정책을 어떻게 마무리 하느냐도 새 경제팀이 풀어야 할 숙제다.<신재민·이상호 기자>신재민·이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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