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후반 「정치시즌」 겨냥 포석/정책변화보다 조율 능력 제고/「거물과 강성」 한·이라인 팀워크 주목8·8개각으로 탄생한 새 경제팀에선 뚜렷한 「정치적 컬러」가 엿보인다.
○전임경제팀과 판이
3명의 현역의원이 입각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지만 무엇보다도 「경제행정경력」 못지않게 통치권자의 의중을 잘 읽을 수 있는 발군의 「정치감각」까지 겸비한 한승수 의원과 이석채 정보통신부장관이 경제팀의 두 축인 경제부총리와 청와대경제수석비서관에 임명됐다는 사실은 새 경제팀의 정치적 색깔을 한층 강렬하게 하고 있다. 이 점에서 신임 경제팀은 집권후반기를 맞은 김영삼대통령의 「경제 친정체제구축」으로 보인다.
새 경제팀은 우선 개성과 중량감이 전임 경제팀들을 압도한다. 지나치게 무색무취했거나 혹은 부총리와 경제수석중 일방으로의 「파워집중현상」이 발생했던 이경식 부총리―박재윤 수석, 정재석 부총리―박재윤 수석, 홍재형 부총리―한이헌 수석, 그리고 나웅배부총리―구본영수석등 현 정부 출범 이래 지난 4기의 경제팀에 비하면 제 5기 경제팀에선 일방적 권한독점이 불가능해 보일 만큼 부총리와 경제수석 모두에게서 큰 무게와 개성이 느껴진다. 한부총리가 학계 정계 관계를 넘나들며 역대 어느 부총리보다 화려한 경력을 가진「거물」이라면 이수석 또한 빈틈없는 이론과 막힘없는 언변, 거칠 것 없는 추진력으로 무장한 「강성」이다.
한부총리와 이수석은 모두 경제인 출신이긴 하나 결코 순수경제적 인물은 아니다.
○비서실장이력 비중
한부총리의 경우 재정학전공의 서울대 경제학과교수 출신으로 상공부장관까지 역임했지만 경력의 비중은 국회의원과 주미대사, 청와대비서실장등에 두어져야 한다. 특히 대통령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보좌했던 비서실장의 이력은 그의 향후 부총리로서의 행보를 가늠케 해주는 대목이다.
이수석 역시 정통경제관료 출신임에도 불구, 5∼6공 10여년간을 청와대의 「실세」 경제비서관으로 근무한 탓에 권부의 생리에 누구보다도 밝고 익숙하다는 평가다. 지난해 재경원차관으로 남북쌀회담 수석대표로 발탁됐고 연말 개각에서 정통부장관으로 승승장구했던 그는 『정무직은 정치적이지 않을수 없다』고 스스로 말하기도 했다.
일부에선 「거물」과 「강성」의 충돌, 즉 새 경제팀의 화합능력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불협화음은 없을 것
그러나 한부총리나 이수석 모두 ▲통치권자의 뜻이 무엇인지를 누구보다도 잘 헤아릴만한 「감각」을 갖고 있고 ▲정치적 잣대로 경제정책을 입안·수행할 능력이 있으며 ▲바로 이러한 「덕목」때문에 그 자리에 임명된 만큼 소모적 불협화음은 연출하지 않을 것이라는게 경제부처주변의 평가다. 오히려 통치권자의 뜻을 경제정책에 반영하는 데에는 역대 어느 경제팀보다도 「일사불란」할 것으로 예상된다.
새 경제팀의 노선은 전임 경제팀의 경질배경으로 어느정도 유추할 수 있다. 엄밀히 말해 나웅배―구본영라인은 정책의 오류보다는 청와대 내부 및 부처간 불협화음, 당정간 이견노출, 정책일관성 결여, 경제위기론에 대한 안이한 대처등 관리능력결여로 인해 중도하차했다고 봐야 옳다.
따라서 새 경제팀은 정책노선의 획기적 변화보다는 ▲경제위기의 추진력있는 돌파와 ▲확실한 부처장악, 청와대 조정력제고, 원만한 당정협의등 「조율력의 이니셔티브」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선과 집권후반부를 맞아 권력누수의 징후인 관료사회의 이반조짐을 조기차단하는데 상당한 역점을 둘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새 경제팀은 다가올 「정치시즌」을 위한 포진인 셈이다.<이성철 기자>이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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