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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과 야만/프레이저 지음(화제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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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과 야만/프레이저 지음(화제의 책)

입력
1996.08.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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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성서 현실역사로 재해석구약은 신화일까 역사의 기록일까. 국내에선 「황금가지」의 저자로 더 잘 알려진 영국의 인류학자 제임스 조지 프레이저(1854∼1941)가 1919년 발표한 이 책은 「성스러운」 구약성서를 현실과 역사의 세계로 편입시킨다. 구약에 등장하는 각종 풍속과 의식, 신화와 설화, 규례와 규정, 관습과 터부 등을 해박한 문화인류학적 지식과 방대한 자료를 토대로 새롭게 조명하고 있다.

그렇다고 기독교인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성서의 이야기를 생동감있는 역사로 부활시켜 객관적인 성경읽기를 도와준다. 예를 들어보자. 이스라엘의 조상 중엔 으레 권모술수에 능한 모사꾼이었음에도 하나님의 축복을 받은 경우가 많았다.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의 아들 이삭은 형 이스마엘을 물 한방울 없는 사막으로 추방했고, 이삭의 아들 야곱은 팥죽 한 그릇에 형으로부터 장자의 축복권을 빼앗았다. 인륜에 어긋난 듯한 이런 「비행」들이 사실은 고대의 말자상속법에서 비롯됐다고 설명, 의구심을 풀어준다. 막내나 둘째 아들이 부모의 재산을 증여·상속받는 제도가 당시엔 일반적인 풍습이었다는 것이다.

구약에는 믿지 못할 「야만」의 사례들이 자주 등장하지만 문명은 늘 그런 식으로 발전해왔다. 아무리 발달된 문명에도 일견 미개하고 야만스런 요소는 언제나 존재했다. 16세기초 프랑스 남동부의 부르건디 사람들은 농작물을 망치는 쥐떼를 상대로 50여년에 걸쳐 소송을 진행한 적이 있고 18세기초 브라질 마라냥 수도원의 수도사들은 주춧돌 밑에서 흙을 파내는 개미떼를 주택파괴의 혐의로 고소, 치열한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성공회대 구약학 교수를 역임한 이양구씨의 성실한 번역과 주석이 돋보인다. 강천간·전 3권·각 7,500원<변형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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