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거래 규제 확대… 제일제당,삼성서 분리될듯/위성재벌 양산 「범재벌」 현상 부작용 야기 우려도공정거래법개정안의 핵심은 「재벌그룹의 분할」은 촉진하되 「위성·분가재벌」에 대한 감시는 대폭 강화한다는데 있다. 독특한 한국적 경제상황인 경제력집중의 심각성을 반영하듯 이번 공정거래법개정안은 재벌규제에 많은 무게가 실렸는데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은 「친족독립경영회사」 개념의 도입이다.
친족독립경영회사란 통상 「분가재벌」또는 「위성재벌」로 불리는, 오너의 친족이 운영하는 기업이다.
정부는 관련규정을 완화하여 거대재벌의 친족간 분할은 촉진하되 모태재벌과 위성재벌을 「패키지」로 관리·감시해 나가겠다는 방침을 확고히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삼성그룹으로부터의 제일제당그룹 분할은 허용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제일제당은 사실관계에 있어서는 삼성과 완전히 분리되어 있으나 법적으로는 지분정리가 되지 않아 분리가 인정되지 않고 있다. 또 한솔그룹은 삼성그룹으로부터, 한라그룹 성우그룹 금강그룹등은 현대그룹으로부터, 희성그룹은 LG그룹으로부터, 이수화학그룹은 대우그룹으로부터 법적으로 분리가 됐지만 오너간의 특수관계를 감안하여 부당한 내부거래를 특별감시해 나가기로 한 것이다. 이는 공정위가 이제까지 특별한 규제를 않고 있던 위성재벌을 앞으로는 모태그룹의 「준계열사」로 취급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위성그룹에 대한 규제내용은 ▲부당내부거래 및 편법기업결합 방지 ▲상품및 용역 외에 자산·자금이동도 내부거래대상 포함, ▲거래가격차별, 물품독점공급, 부동산 및 주식의 부당한 매매, 광고몰아주기등을 통한 변칙자금지원 등이다. 공정위는 필요하다면 국세청 증권감독원등과 합동조사도 펴겠다고 밝혔다. 또 과거 현대그룹의 국민투신 인수추진과 같은 분가재벌을 동원한 변칙적인 「영토확장」을 막기 위해 타기업주식 10%(종전 20%)이상 인수시 형제회사를 통한 취득주식분도 함께 신고토록 했다.
공정위는 그러나 오너친족간의 그룹분할을 촉진시키기로 하고 각종 규제완화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친족회사 개념도입을 통해 계열사 분리를 위한 지분요건을 현행 3%에서 5∼10%로 완화하는 한편, 임원겸임이 없고 채무·거래관계가 적어 「사실상 분리된 계열사는 법적으로도 분리된 것」으로 간주키로 한 것이다.
하지만 문제점도 적지 않다. 정부당국이 모태재벌과 위성재벌간의 편법적인 내부거래를 과연 제대로 감시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현재의 행정능력으로 보아 상당히 부정적이다. 이 경우 거대재벌의 위성재벌을 양산, 재계를 범삼성 범현대 범LG 범대우 등으로 분할하여 더 큰 부작용을 야기할 수도 있다.
한편 개정 공정거래법은 일반불공정행위에 대한 규제의 고삐도 크게 조였다. 그동안 경쟁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금융·보험업을 공정거래규제대상에 포함시켜 재벌의 계열금융기관을 통한 변칙기업인수를 막고 향후 활성화가 예상되는 금융기관간 인수·합병(M&A)도 공정성여부를 심사키로 했다. 또 「정부부터 공정해져야 한다」는 원칙아래 정부법령은 물론 고시 예규 처분 등 행정명령들도 제·개정시 공정위의 사전심사를 받도록 했다.
문제는 법원칙이 아닌 법집행에 있다. 재벌규제를 위해 공정거래법은 80년 제정이래 3차례 개정됐지만 별로 달라진 것은 없고 이번 개정법도 경제력집중억제에 얼마나 실효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또 정부법령·처분의 공정성 사전심사제도 역시 강제수단 없는 「선언적」의미만을 담고 있어 이번 개정법률이 우리경제에 뿌리내린 악성적 독과점구조를 선의의 경쟁구조로 전환시킬 수 있을지는 좀더 두고봐야 할 일이다.<이성철 기자>이성철>
◎재계반응/“채무보증 금지 시장경제원리 정면 위배”
재계는 정부의 공정거래법개정안에 대해 위헌론을 제기하며 반대의견을 나타내고 있다. 재벌그룹의 경제력집중을 완화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기업의 재산권행사를 제한하는 것은 명백한 위헌이라는 지적이다.
전경련의 한 관계자는 『개인이든 기업이든 타인(타법인)의 채무를 보증하는 것은 중요한 재산권행사』라며 『기업의 채무보증을 법으로 금지하는 것은 자본주의의 시장경제원리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조치』라고 강조했다.
재계는 특히 「친족독립경영회사」라는 개념을 새로 만들어 재벌그룹 오너의 친족이 운영하는 그룹에 대해서도 규제를 가하려는데 대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의 공병호 연구위원은 『정부는 틀림없이 「친족독립경영회사」에 대한 추가적인 규제조치를 계속 취할 것』이라며 『특별조치를 만들어 기업을 규제하려 드는 것은 많은 부작용을 낳는다는게 이제까지의 경험칙』이라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정부가 국가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재벌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대기업을 괴롭히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려하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며 『공정거래법개정안은 세계화정책에 어긋나는 조치』라고 지적했다.<배정근 기자>배정근>
◎공정거래법 개정안 주요 내용/주식소유비율 계산때 계열사지분 합산/금융·보험도 경쟁제한적 기업결합 금지/시정조치 미이행자 이행 강제금 부과
공정위가 6일 발표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주요내용은 다음과 같다.
◇공정거래법 적용 확대:경쟁제한적 법령에 대한 사전협의 대상을 명확히 하는 한편 사후시정요청제도를 도입하는 등 공공부문에 공정거래법 적용을 확대한다. 부당한 공동행위에 대한 열거주의방식(8개 유형)을 포괄적 금지방식으로 전환하며 금융·보험사업자에 대해서도 경쟁제한적 기업결합 금지 및 신고대상에 포함한다. 경쟁제한적 기업결합 금지제도의 적용범위를 확대한다.
◇경제력집중 억제시책 실효성 제고:그룹 계열사간 채무보증한도를 98년3월말까지 100%로, 2001년 3월말까지 완전 해소한다. 그룹 계열사간 부당한 주식 부동산 가지급금 대여금등의 거래(부당내부거래)를 금지한다.
◇기업결합 제한제도 정비:대기업이 중소기업 분야에 기업결합을 통해 진출하거나 시장지배적사업자와의 결합시 경쟁제한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상장법인에 대한 신고대상주식 소유비율을 인하(20%→10%)하고 주식소유비율 계산때 특수관계인이나 계열회사 지분을 합산해 계산한다.
◇기업활동의 자율성 창의성 보장:불공정거래행위 재판매가격유지행위 등에 대한 형사처벌을 폐지하고 과징금을 상향조정한다. 친족간 계열사를 사실상 분리해 독립경영하는 것을 촉진하기 위해 「친족독립경영회사」의 개념을 도입하되 친족회사간의 부당내부거래나 위장분리여부에 대한 조사를 강화한다. 기업결합신고를 원칙적으로 사후신고제도로 전환한다.
◇불공정거래행위 규제 강화:부당한 공동행위 신고자에 대해 처벌을 면제 또는 경감하는 면책제도를 도입한다. 사업자단체가 구성사업자로 하여금 경쟁제한 행위를 하도록 유도하는 행위, 경쟁사업자에 대한 사업활동 방해행위도 규제한다.
◇법 위반사항에 대한 강력한 시정 권한:시정조치 미이행자에 대한 이행강제금 부과제도와 긴급중지명령제도를 도입한다. 불가피한 경우 과징금을 일정액(5억∼10억원)으로 부과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다.
◇위원회 운영 공정성 제고:소위원회제도를 도입하고 외부전문가를 상임위원으로 임명할 수 있는 규정을 마련한다.<이상호 기자>이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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