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동성종합건설 가장 큰 관심 물밑협의나서/엄상호 회장은 “주식처분 의사없다” 난항 예고(주)건영의 「부도전 제3자인수」추진은 부실기업정리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대형기업의 부도로 관련 금융기관과 거래업체는 물론 경제전반에 미치는 파문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방안이라는 평가다.
지금까지 기업주는 기업에 대한 「사망선고」나 다름없는 부도가 발생할 때까지 경영권을 포기하지 않는게 관례였다. 이 때문에 부실기업이 부도를 내고 법정관리(채무동결)까지 받게 되면 채권자인 금융기관들은 법정관리기간동안의 이자를 제대로 받을 수 없어 엄청난 타격을 입었다. 거래업체들도 부도(당좌거래정지)이후 대금결제를 받을 수 없거나 대금결제가 지연돼 피해를 보게된다. 또 부실기업 당사자도 부도후 보유부동산(담보)이나 영업권(프리미엄)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게 돼 손해를 보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대형기업의 부도는 자금시장의 위축등 경제전반에 상당한 충격을 가져왔다.
기업주들이 그동안 부도가 닥칠 때까지 경영권에 집착해온 것은 최대주주가 기업경영전반을 좌지우지하는 전횡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또한 금융기관들도 부도로 인한 경제·사회적 파문을 의식, 이곳저곳의 눈치를 살피다보니 「울며겨자먹기식」으로 부실기업에 대출을 늘려 부실기업에 「코 꿰이기」 십상이었다. 더구나 부도기업에 대한 채무를 일정기간동안 동결시켜주는 법정관리제도가 이를 부채질해왔다.
서울은행도 이번 제3자인수 추진발표전까지는 (주)건영에 끌려다니는 듯했다. 자체적으로 단 수억원도 결제할 능력이 없는 기업에 대해 올들어서만 무려 900억원가량을 지원, 부도를 막아왔다. 그러나 서울은행은 올연초 500억원을 지원하고 지난 6월말∼7월초 300억원을 추가지원하는 과정에서 엄상호 (주)건영회장으로부터 엄회장일가의 지분(22%)을 서울은행이 임의대로 처분할 수 있도록 한다는 위임장을 받아놓았다. 이에따라 서울은행은 당장이라도 엄회장의 경영권을 제3자에게 매각할 수 있는 권리를 갖게됐다.
그러나 이번 (주)건영의 제3자인수가 순조롭게 추진될지는 아직까지 의문이다. 엄회장은 이날 『자금지원을 받기 위해 위임장을 의례적으로 썼을뿐 주식처분의사는 없다』고 말해 『엄회장이 나서 제3자인수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는 서울은행측의 「희망적인」 발표와 엇갈린 입장을 보였다.
한편 동성종합건설 한화 LG 미원 한라 등 몇몇 업체들이 건영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건영의 자산 8,300억원중 부채가 7,082억원에 이르고 체불임금도 1,000억원에 달하는데다 사주인 엄상호회장이 경영권인계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성사여부는 미지수다.
주택부문을 키울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한화그룹과 동성종합건설은 건영 인수에 가장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영남지역업체인 (주)동성종합건설은 지난해말 건영의 자금담당임원을 영입하고 건영인수에 필요한 운영자금으로 400여억원을 확보하는 등 건영인수에 가장 큰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허진석동성종건회장은 이날 하오 엄상호 건영회장을 만나 인수조건 등에 관한 협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성그룹인수때 한일그룹과 경합을 벌인 미원그룹도 인수조건에 관한 손익계산을 하고 있고 한라건설도 조건만 좋으면 인수경쟁에 참여한다는 자세다.
LG그룹은 주택부문에 강점을 갖고 있는 업체의 경영권인수를 추진해 왔으나 건영 제3자인수방침이 나오자 조심스런 반응을 보이고 있다.<김동영·유승호·이진동 기자>김동영·유승호·이진동>
◎건영 어떤 업체인가/신도시건설로 급부상 건영그룹 주력/부동산 침체·무리한 사업확장 화불러
(주)건영(회장 엄상호)은 77년 (주)건영주택을 모체로 출발, 80년대말과 90년대초 수도권신도시 건설을 계기로 급부상한 건영그룹의 주력업체.
96년 도급한도액 21위(5,463억원)의 대형건설업체로 납입자본금 800억원에 1,020명의 종업원을 고용하고 있다. 지난해 (주)건영 매출액은 4,700억원, 그룹매출액은 8,700억원.690억원의 적자를 냈다.
그룹계열사는 지역별로 (주)건영외에 8개사의 건설업체와 유통 금융 식품 철강 레저 해외주택사업 등 분야에도 12개사의 계열사를 거느려 (주)건영을 포함, 계열사가 총 21개사에 이른다.
6공시절 「TK 3인방」으로 불리며 성장가도를 달렸던 건영은 20개를 넘는 계열사수가 말해주듯 신도시 주택사업 이후 사업확장을 무리하게 추진하고 건설·주택경기가 침체에 빠지면서 지난해초부터 극심한 경영난을 겪어왔다. 또 지난해중반부터 경영난과 관련한 악성루머가 나돌고 비자금사건에 따른 자금난도 건영을 부도직전의 위기로 몰리게 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건영은 특히 미분양주택이 3,100가구이상 쌓이고 주식과 부동산매각 등의 자구노력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직원들에게 봉급도 제때 지급하지 못하는 등 자금난이 가중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편 건영이 국내에서 도급과 자체사업으로 벌이고 있는 주택사업은 39건 1만1,075가구(국외 7건)로 제3자 인수가 원활하게 진행될 경우 공기내 완공과 입주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김동영 기자>김동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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